로망(roman)이라는 말은 어디서 왔을까. 흔히 사용하는 말로 로망은 무언가 하고 싶은 것을 뜻한다. 예를 들면 ‘유럽 배낭여행을 가는 게 로망이에요’처럼 쓰인다. 이렇게 쓸 수도 있다. ‘포르쉐 터보 S를 사는 게 로망이에요.’ 두 개의 예문에서 로망 대신 쓸 수 있는 말로 꿈이 있다. 로망 대신 꿈을 넣고 예문을 읽어보자. 전혀 어색하지 않다. 고로 로망은 꿈의 다른 표현이다. 어째서 로망은 꿈이 되고 꿈은 로망이 됐을까. 로망은 국어사전에 등재된 말이다. 문학 용어라고 한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12~13세기 중세 유럽에서 발생한 통속 소설. 애정담, 무용담을 중심으로 하면서 전기적(傳奇的)이고 공상적인 요소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일단 넘어가자. 사전에는 로망과 비슷한 말로 로맨스(romance)가 등장한다. 좀더 익숙한 단어다. 로맨스 드라마, 로맨스 영화의 그 로맨스다. 도대체 어떻게 통속 소설을 뜻하는 로망/로맨스가 꿈이 됐을까. 로망과 꿈 사이에 낭만이 있다. 로망/로망스/로맨스라는 문학 장르가 동아시아 한중일 3개국에서 ‘浪漫’이라는 한자어로 번역 소개됐다. 일설에 따르면 일본의 소설가 나츠메 소세키가 프랑스어 roman을 발음이 비슷한 한자인 浪漫으로 썼다고 한다. 이 한자의 일본어 발음은 로망(ろうまん), 한국어 발음은 낭만이다. 참고로 중국어 발음도 낭만이다. 이제 실타래가 풀렸다. 로망은 낭만과 같은 말이다. ‘남자의 로망’과 같은 표현은 꿈보다 낭만이 로망을 대체하는 말로 더 어울린다는 걸 보면 로망이 낭만과 같은 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정리해보자. 내가 하고 싶은 여행, 갖고 싶은 차는 낭만적인 것이다. 낭만은 로망의 같은 말이기 때문에 유럽 배낭여행과 포르쉐 터보 S가 로망이 됐다. 응? 무슨 말인지 내가 쓰고도 잘 모르겠지만 지나친 의미의 확장 같다. 개인적으로는 로망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일본에서 수입된 엉터리 영어 표현처럼 느껴진다. 나라면 로망 대신 그냥 꿈이라는 표현을 쓰겠다. 그렇지만 말을 쓰임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언젠가 로망이 국어사전에 꿈, 낭만이라는 의미로 등록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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