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사실
지난해 12월 26일, 전라북도 익산의 산길에서 40대 여성 운전자가 아들을 태우고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를 운전하며 내려가던 중 엔진이 꺼졌다. 이후 운전자는 차량을 제어하지 못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
내리막길을 내려가기 전 운전자는 한 차례 짧게 후진을 하고 버튼식 기어 셀렉터의 D버튼을 누르고 전진 기어로 바꾸었다고 생각했으나 차량은 여전히 후진 기어인 상태였다. 차량 결함이 아닌 운전자의 실수였다. 변속이 되지 않았다는 경고음을 운전자는 인지하지 못했다. 후진 기어 상태에서 내리막길을 달리게 된 차량은 운전자에게 계기판 등을 통해 경고의 신호를 보냈으나 운전자는 인지하지 못했다. 운전자는 엔진이 꺼지는 소리를 듣고 차량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인지했으나 그대로 운행했다. 아는 사람을 만나 한 차례 정차를 하면서 남아 있던 브레이크의 압력을 다 사용했다. 다시 굴러가게 된 차량의 브레이크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다.


팰리세이드 사고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크게 논란이 되고 있다. 반응은 두 가지다. 1.운전 미숙이다. 2.사람이 먼저다. 이 두 유형의 사람들은 서로의 주장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왜 두 유형의 사람들은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싸우는 걸까. 두 유형의 사람들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지 내 마음대로 추측해보고자 한다.


유형1. 운전 미숙 주장형

유형1의 사람이 반응한 핵심 문장/ 평소운전습관대로계기판을 보진 않아구요(사고 운전자의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된 문장)

특징1. 1종 보통 면허 소지자/ 유형1의 사람은 1종 보통 면허를 취득했을 가능성이 높다. 운전자가 사소한 실수를 하면 차량의 엔진은 언제든지 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했다.

특징1의 댓글/ 수동 차량 오르막길에서 엔진 꺼먹는 거랑 같은 거 아닌가요? 오르막구간에서 많이들 탈락했죠.

특징2. 페트롤헤드(petrolhead)/ 유형1의 사람은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자동차에 대한 지식이 많아서 어려운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특징2의 댓글/ 토크컨버터 적용 차량이면 엔진이 꺼지는 게 물리법칙입니다. 미션 보호를 위한 로직이 아니라고요.

특징3. 모범(?)운전자/ 유형1의 사람은 미숙한 운전자를 혐오 혹은 계몽하려는 반응을 보인다. 

특징3의 댓글/ 매뉴얼 정독하세요. 그래서 운전면허증을 발급하는 겁니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과 함께 도로에 있습니다. 이명박 X새끼.

유형1 반응 정리/ 유형1의 사람은 팰리세이드 전복 사고를 자동차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접했다. 직접 사고 원인을 분석한 결과 운전자의 조작 미숙, 제어 실패 등으로 사고가 일어났다고 결론지었다. 기어 변속 실수에서 비롯된 엔진 꺼짐 과정에서 차량은 적절하게 경고를 보내왔지만 운전자가 이를 무시했다고 본다. 그밖에 전복된 차량의 튼튼한 차체와 사고 발생을 즉각 감지하고 전화를 걸어온 블루링크 시스템에 감탄했다.


유형2. 사람이 먼저 주장형

유형2의 사람이 반응한 핵심 문장/ 외제차는 시동이 꺼지지 않았습니다.

특징1. 2종 보통(A) 면허 소지자/ 유형2의 사람은 수동 차량 운전 경험이 없다. 차량 운행 중 엔진이 꺼지는 일은 경험해보지 못했다. 이들에게 차량 운행 중 엔진이 꺼지는 경우는 고장 혹은 결함뿐이다.

특징1의 댓글/ 그래도 시동이 꺼지는 건 문제 아닌가요? 그래도 엔진은 켜져 있어야 합니다. 사람 목숨이 달린 문제입니다.

특징2. 일반인/ 유형2의 사람은 보통 사람이다. 자동차에 관심은 있지만 기계적 매커니즘이나 구동 원리 등은 잘 모른다. 그런 까닭에 다른 자동차 전문가의 의견에 동조하게 된다.

특징2의 댓글/ 사람을 보호해야지 미션을 보호하는 게 말이 되나요? 전자 제어 기술로 멈추게 하면 되지 않나요? 다른 차들은 그렇게 하잖아요. 명장님 말씀이. 변호사님 말씀이.

특징3. 평범(?)한 운전자/ 유형2의 사람은 운전을 특별한 행위로 여기지 않는다. 유형1의 혐오와 계몽에 반감을 갖고 있다. 안전에 대한 책임은 운전자가 아닌 차량이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징3의 댓글/ 그래도 버튼 기어의 UI/UX는 개선돼야 합니다. 매뉴얼을 언제 다 보고 있나요? 그래도 현대가 더 신경 써줬으면 좋겠습니다.

유형2 반응 정리/ 유형2의 사람은 팰리세이드 전복 사고를 주로 SBS 모닝와이드 혹은 MBC 뉴스데스크를 통해 접했다. 방송에서 언급한 내용을 기본 바탕으로 사건에 접근했다. 엔진이 꺼지게 되는 자동차의 매커니즘, 운전자의 미숙함 등 사고의 원인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사고 원인 분석을 한 유형1의 사람들의 의견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타는 수천 만원짜리 자동차의 엔진이 결코 꺼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언제 나도 이런 사고를 당할지 알 수 없다는 생각으로 향후 개선책을 논의하려고 한다.


이상 인터넷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팰리세이드 전복 사고을 접하는 사람들의 유형을 살펴봤다. 예시로 각 특징별 댓글을 임의로 작성해봤다. 두 유형이 서로 의견을 모으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는 각 유형의 특징 3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차잘알인 유형1은 가르치려 하고 차알못 유형2는 듣기 싫은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유형1의 주장과 의견에 동조하면서 유형2의 개선 주장을 존중하는 박쥐 같은 입장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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