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은 거대한 사운드의 향연이었다. 나는 지난주에 다녀온 오사카의 썸머소닉 2012에서 본 시규어 로스의 공연에서 벅차오르는 감정을 참을 수 없었다. 주체할 수 없이 눈물이 터져나왔다. 음악을 듣고 눈물을 흘린 건 처음이다. 록페스티벌의 라이브 공연이었으니 단순히 들었다는 말로는 부족하다. 넘치는 열기로 가득한 젊은이들로 가득한 오사카 바닷가의 언덕 풀밭에서, 해가 질 무렵 불어오는 바람을 느끼며, 풀냄새, 말똥 냄새, 땀냄새를 맡으며, 쿵쿵쿵 심장에 와닿는 사운드를 느끼며, 눈으로는 무대 위에 설치된 커다란 화면의 영상과 기타, 드럼, 마림바, 현악기, 금관악기 연주자들을 보며 귀로는 욘시의 음성을 들었다. 그렇게 거의 모든 감각이 압도적인 사운드에 집중하면서 그 자리에 서서 꼼짝할 수 없었다. 다만 한곡이 끝날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무대 가까이 이동했다. 나도 모르게 그 사운드에 이끌렸다. 그들을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었다.

"안녕, 우리는 시규어 로스야. 고마워." 정도의 말만을 남기고 시규어 로스는 쉬지 않고 온힘을 다해 사운드를 만들어냈다. 문득 무대가 아닌 반대쪽 관객을 돌아봤다. 누군가가 가져온 아이슬란드 깃발이 바람에 나부끼고, 시규어 로스의 요청에 의해 띄워졌다고 믿고 싶은 풍선이 저 멀리 떠올라 있었다. 풍선에는 색색깔의 조명이 비춰졌다. 관객들은 모두 같은 표정으로 무대를 쳐다보고 있었다. 시규어 로스의 아이슬란드 투어 실황을 담은 "헤이마" DVD에서 봤던 아이슬란드인의 그 표정과 같았다.

눈물을 훔치며 문득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그녀에게>에 나오는 첫 장면이 떠올랐다. 피나 바우쉬의 공연을 보던 남자가 눈물을 흘린다. 피나 바우쉬가 누군지도 몰랐던 그때 나는 그 남자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시규어 로스의 공연을 보며 그 남자의 감정이 어땠을지 알게 됐다. 이런 공연을 보며 눈물을 흘릴 수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고마웠다. 1시간 가까이 진행된 공연이 끝났을 때 그 자리에 있던 대다수의 일본인들도 나와 같은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기묘하고 오묘하고 기괴하고 장대하고 우아하고 아름다운 굉음을 끝으로 시규어 로스의 투어 멤버들이 모두 무대를 조용히 떠났다. 그들을 바라보던 관객들을 일제히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앙코르는 필요없었다. 그저 고맙다는 마음만이 가득해졌을 무렵 모든 연주자들이 연극 무대의 커튼콜을 하듯 줄지어 나와 서로의 손을 잡고 인사를 했다. 여기저기서 "아리가또"라는 말이 들렸다. 메인 스테이지에서 그린데이가 "땡큐, 오사카!"를 연신 반복할 때 시규어 로스의 공연에서는 관객들이 뮤지션에게 고맙다는 말을 간절히 전했다.

무대에 환한 불이 켜지고 스탭들이 나왔지만 쉽게 자리를 뜰 수 없었다. 사진을 찍어달라는 일본 여자의 부탁을 받기 전까지 정신을 차리지 못했던 것 같다. 시규어 로스의 라이브 공연은 평생 죽기 전까지 쉽게 잊을 수 없는 순간이 됐다. 언젠가 다시 그들의 공연을 보게 되기만을 죽을 때까지 바랄 것이다. 그날의 셋리스트를 남겨본다. 1시간 넘는 라이브를 아이폰으로 녹음해두었다. 나중에 아주 나중에 그 녹음파일을 다시 들어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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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켓에 이렇게 적혀 있다
"거짓말 같은 MGMT 내한 공연"

우왕
어쨌든 난 MGMT 봤다
자리가 좀 좋았으면 더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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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번 벨 앤 세바스찬
2번 뱀파이어 위켄드
3번 뱀파이어 위켄드 (모바일폰을 목에 걸고 방방 뛰고 있었음)

다음날 배터리 아웃!

*가장 짜릿했던 공연 - 뱀파이어 위켄드
*가장 멋진 공연 - 펫 샵 보이즈
*가장 신났던 공연 - 킹스턴 루디스카
*가장 격렬했던 공연 - 크래쉬
*가장 아쉬운 공연 - 밸 앤 세바스찬 (20분 정도밖에 못 봤어ㅠㅠ)
*가장 별로였던 공연 - 언니네이발관

*나의 베스트는 뱀파이어 위켄드 <A-punk>의 전주가 흐르는 순간 나는 정신을 놓고 말았음,
지산에서의 공연은 아래 동영상보다 열 배는 강력했다고 믿고 있음




-
지산 후기 추가

크래쉬 공연을 보러 갔더니
최동원 마킹 꼴빠, 오지환 마킹 엘빠, 김광현 마킹 십솩빠가 있었음
나는 임수혁 마킹 올드유니폼 입고 있었음
김광현 마킹 뚱땡이를 슬램 도중 한방 먹이고 싶었지만 실패했음

지산 야구 유니폼 순위는
1 꼴데
2 엘쥐
3 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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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비트볼의 디자인 감각은 정말 독특하구나

아래 포스터는 작년 것인줄 알았는데,
이른바 B컷인가, 아니면 시안인가, 티저 포스터인가
그냥 1차라인업 발표 이미지인가

어쨌든 위 포스터가 진짜임
1회는 2007년에 있었다고

개인적으로 최근에 록사운드 따위는 열심히 듣지 않았는데
한번 구경 삼아 가보고 싶기도 하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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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아시스가 또 한국에 온다

지난 2006년에 왔던 걸로 기억하는데
당시 출판학교에 다니면서 알게 된 음악평론가 형님께선
오아시스 공연을 봤다고 했다

나의 10대는 라디오헤드, 오아시스, 블러 같은 영국 밴드와 함께 했다
그때는 케이블 방송에서 MTV 등 해외 뮤지션의 뮤직비디오를
지금보다 더 많이 방송했다
채널V라는 방송도 열심히 본 기억이 난다
지금은 음악방송이 거의 없어진 느낌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이미지로 인해 런던에 대한 환상에 사로잡혔다





























한때 런던에 가기만 하면 유명한 밴드의 공연을 쉽게 볼 수 있을 거란

착각에 휩싸여서 런던에 가는 것이 어떤 목표이기도 했지만,
결코 노력은 하지 않아서 지금도 한국 땅에서 대충 살고 있다

어쨌든 오아시스의
“Don't look back in anger”나 “wonderwall”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다는 것은
UK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나로서는 충분히 돈을 투자할 만한 일인 것은 맞다

그렇지만 왠지 가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어쩐지 그렇다


-
그러고 보니 대학생이 되어 부산에서 서울로 처음 왔던 겨울도 생각이 난다
학교 정문으로 가는 길목마다 블러의 내한공연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노란색 캐딜락(?)이 인상적인 포스터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지금 보니 싱글 앨범의 재킷디자인을 포스터로 사용한 것






























그때 왜 나는 그 공연에 가지 않았을까

아마도 돈이 없었고 같이 갈 사람도 없었을 텐데
그래도 어떻게 해서든 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갑자기 밀려온다

그래서 나는 오아시스 공연에 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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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그랜드민트에서
미선이 공연 봤음

6시20분에 퇴근에서 7시40분 도착
미선이 공연 3분 후 시작

10년만에 처음 본 미선이 공연이라
나름 뿌듯했음

어쩌면 마지막일지도 모르는 공연이라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조금 덜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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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기 하루종일 앉아 있어도 안 심심할 듯



가고 싶은데,
누구랑 가지...쩝

미선이 공연 보고 싶어~

http://mintpaper.com/v2/index.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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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엔 공짜였는데
올해는 2만원이란다
그래서 그냥 자전거 타고 가서 사람들 보다가
담배피고 그냥 왔다

다들 신나게 놀더군

메인 스테이지에는 들어가보지도 못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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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예요~
휴우
그 공연을 못봤다면 몰랐겠지
하지만 난 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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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희정의 공연을 봤다.
정말 남자 많다.
인디계의 이효리.


한희정 / 국내가수
출생 1979년 6월 3일
신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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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 싶기도 하고...
집에서 자전거 타고 가면 되는데
http://worlddjfes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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