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라는 음료는 어떤 것인가.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머릿속에 떠올리는 어떤 음료가 있을 것이다. 그러니까 전국 어디 카페를 가든 “라떼 주세요”라고 주문을 하면 “그게 뭔데요?”라고 되묻는 법은 없다는 뜻이다. 점원 혹은 바리스타가 이렇게 다시 물어볼 가능성은 매우 높다. “따뜻한 거 드릴까요?”(가을이나 겨울) 혹은 “아이스 맞으시죠?”(특히 여름) 정리하면 국내에서 라떼라는 표현은 통상적으로 쓰이고 있다.

라떼는 우유다. 나는 라떼라는 표현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 라떼는 카페라떼의 줄임말이라고 봐야 옳을 것이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의 줄임말인 ‘아아’와는 다른 형태로 카페라떼의 앞부분 카페를 생략해버린 경우다. 그런데 이렇게 카페라는 단어를 생략해버리면 이 음료의 정체성이 모호해지는 게 문제라고 생각한다. 카페라떼는 이탈리아어 합성어인데 카페는 커피(Caffè)이고 라떼(latte)는 우유라는 뜻이다. 카페라떼를 직역하면 커피우유이고 카페를 생략하고 라떼라고 말한다면 우유라고 말하는 것과 같아진다.

라떼를 주문하고 우유를 받았다고? 간혹 이탈리아 여행이나 출장 중에 라떼를 주문했더니 우유만 받았다는 이야기를 접할 수 있다. 라떼는 국내 한정으로 카페라떼를 뜻하지만 이 말의 탄생지(?)인 이탈리아에 가서 “라떼 주세요” 하면 그냥 우유를 주는 게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나는 이런 표현이 영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라떼는 라떼다. 위에서도 썼지만 서로간에 의사소통이 불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국내 카페에서 “라떼 주세요” 했는데 바리스타가 우유를 내어주는 경우는 없다. 카페라는 단어도 결국엔 커피라는 단순한 의미에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공간으로 확장해서 사용하고 있지 않은가. 그러니까 카페라떼를 라떼라고 줄여서 불러도 우리가 생각하는 그 음료는 결코 달라지는 법이 없다.

라떼는 원래 따뜻한 음료다. 제일 첫 문단에 등장하는 라떼 주문 상황의 질문들을 기억하는가. 나는 보통 카페에서 “카페라떼 주세요”라고 주문한다. 나는 에스프레소에 스팀밀크를 부어서 만든 따뜻한 음료를 주문했다. 주문을 받는 사람은 왜 나에게 “따뜻한 걸로 드릴까요? 아이스 맞으시죠?” 따위의 질문을 하는 것인가? 나는 이 상황도 마음에 들지 않는다.

라떼가 뭔 죄냐고. 인정한다. 나는 집착에 빠져 있다. 그냥 “따뜻한 라떼 주세요”라고 주문하면 끝날 일이다. 그럼에도 나는 이 집착에 대한 공감을 얻고 싶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콜라를 예로 들곤 했다. “자, 들어봐, 만약 네가 콜라를 주문하려고 했는데 따듯한 거 드릴까요? 차가운 거 드릴까요? 라고 점원이 물어본다면 어떨 것 같아?”라고 말하고 다녔다. 딱 한 명이 “그러네요” 라고 나에게 공감해줬다. 그럼에도 여전히 나는 주장하고 싶다. 콜라가 차가운 음료인 것처럼 라떼는 따뜻한 음료인 것이다. 

라떼 말고 아이스 라떼는? 집착의 끝에 다다르고 있다. 어쩌면 라떼와 아이스 라떼는 전혀 다른 음료일지 모른다. 아이스 라떼는 에스프레소에 스팀밀크가 아닌 그냥 우유와 얼음을 섞어서 만든다. 재료를 넣는 순서도 다르다. 라떼는 에스프레소를 잔에 먼저 담고 우유를 붓고, 아이스 라떼는 우유와 얼음이 든 잔에 에스프레소를 넣는다. 결정적으로 두 음료는 전혀 다른 질감이지 않은가. 커피와 우유만으로 만드는 음료는 더 있다. 카푸치노, 플랫화이트, 카페오레 등이 그렇다. 우리는 이 음료를 다 같은 음료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래서 라떼와 아이스 라떼를 명확하게 그만해서 사용하면 좋겠다고 혼자 생각해본다. 나도 기온이 30도 넘는 한여름에는 “아이스 카페라떼 주세요” 라고 주문한다.

-
내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를 덧붙인다. 어떤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서 카페라떼를 주문했더니 묻지도 않고 아이스 카페라떼를 줘서 열 받았다는 글을 우연히 보게 됐다. 그 글의 댓글에는 글쓴이에 대한 비판이 가득했다. 따뜻한 걸 달라고 했으면 되지 않느냐, 이 더위에 아이스로 주는 게 당연하지 등의 댓글이 대부분이었다. 그 댓글이 틀렸다고 지적하고 싶진 않다. 그렇게 하면 아무런 문제가 안 생긴다. 그럼에도 나는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그래서 전해질 가능성은 전혀 없지만 그에게 조금이라도 공감의 마음을 보내기 위해 이 잡글을 써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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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글을 세 번째 다시 쓰고 있다. 이유는 실수로 두 번이나 알 수 없는 단축키를 누르는 바람에 크롬 브라우저가 종료됐기 때문이다. 이 글의 주제는 나는 왜 <드라이브 마이 카>를 재밌없게 봤을까다. 첫 번째는 나름 진지하고 길게 쓰려고 했고, 두 번째는 첫 번째 글의 축약본으로 대충 쓰려고 했다. 이제 세 번째인데 어떻게 쓸지 고민 중이다. 솔직히 글을 쓰려는 의지나 기세가 꺽인 참이라 나를 두 번이나 열받게 한 그 단축키가 뭔지 알아내고 싶은 마음이 크다. 영화의 주인공인 가후쿠와 그를 연기한 배우 니시지마 히데토시라는 두 단어 가운데 하나를 타이핑하는 과정에서 단축키가 작동했다. 어쩌면 컨트롤+F를 누르려고 한 것 같기도 하고, 컨트롤+C 혹은 컨트롤+V를 누르려고 한 것 같기도 하다. 크롬 단축키인지 윈도 단축키인지도 모르겠다. 첫 번째 글이 날아갔을 때 그 단축키를 찾으려고 잠깐 노력했지만 실패했고 두 번째 글이 날아간 지금 다시 그 단축키를 찾으려고 했지만 또 실패하고 말았다. 그렇게 나는 두 번의 글과 두 번의 단축키 찾기 시도 모두 실패했다.

블로그의 임시저장 버튼을 꼭꼭 누르며 다시 써본다. 나는 왜 <드라이브 마이 카>를 재밌게 보지 못했을까. 이유는 아마도 세 가지인 것 같다.

1. 거실 소파에서 보다가 자다깨다 했다. 놓친 부분을 모두 돌려봤지만 극장에서 본 것과는 많이 다를 것으로 생각된다.

2. 먼저 본 무라카미 하루키의 원작 소설이 별로였는데 그 영향이 아닐까 싶다.

3. 공감 능력 부족. 사실 3번이 이 글을 쓰게 된 가장 큰 의미가 있는 부분이다. 최근에야 뼈저리게 느끼고 있는데 나라는 인간은 타인의 감정을 읽고 공감하는 능력이 현저히 부족한 것 같다. 과거에는 이 부분에 대해 부정하는 편이었는데 이제는 그냥 인정하기로 했다. 그래서 <드라이브 마이 카> 같은 영화는 이해하기 힘들다. 아내의 외도와 죽음, 그것의 미필적 방관. 그 사이의 어떤 감정을 해소하지 못하는 주인공. 그것은 어떻게 다국적 언어로 만들어지는 체호프의 <바냐 아저씨>와 연결되는 것인가. 가후쿠(니시지마 히데토시)가 그의 운전사인 미사키(미우라 토코)에게 아내 오토(키리시마 레이카)의 음성으로 녹음된 연극 대본에 대해 설명을 해준 것 같기도 한데 명확하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나와 달리 미사키는 가후쿠를 잘 이해하는 사람이었다.

또 하나. <바냐 아저씨> 연극을 연습하는 다국적의 배우들. 그들 자신의 모국어로 연기를 하는 배우들. 특히 수어로 연기하는 이유나(박유림)와 중국어로 연기하는 재니스 창(소니아 위안)의 열연은 대단해 보였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지금 뭔가 일어났다”는 가후쿠의 대사에서 나는 실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아마도 그 진지한 태도가 너무 부담스러웠기 때문일 것이다. 왜 다른 언어로 소통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내가 놓친 부분이 있었나. 참고로 오래 전에 본 야마시타 노부히로 감독의 <린다린다린다>가 생각난다. 배두나가 연기한 한국인 캐릭터와 카시이 유우가 연기한 일본인 캐릭터가 각자의 모국어로 감정이 통하는 짧은 대화를 하는 장면을 보고 감탄한 적은 있었다.

이해가 되지 않는 건 거부의 대상이다. 나이가 들면서 더욱 이런 성향은 두드러지고 있다.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고 모든 영화의 캐릭터에 감정이입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아직까지는. 유독 그런 영화들이 있는 것 같다. 내가 공감하지 못하는 종류의 영화들. 그 작품들은 아마도 섬세한 감정을 다루는 작품이다. 하마구치 류스케 감독의 <아사코>도 마찬가지 이유에서 재밌게 보지 못했다. <드라이브 마이 카>와 유사한 점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콜 미 바이 유어 네임>도 그런 편이었다. 국내 영화 가운데는 김종관 감독의 작품이 모두 별로였다. 특히 <최악의 하루>는 정말 최악이었다.

드디어! 두 번째 글의 절반 정도의 분량으로 하고 싶은 말은 다 쓴 것 같다. 이제 그만!

세 번째 글을 마무리 하려고 하는데 영 기분이 좋지 않다. 글을 쓰면 쓸 수록 단지 영화를 대충 본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다시 보면 달라질까. 당장 그러고 싶지는 않다. 나중에 <드라이브 마이 카>를 다시 보고 이 글을 쓴 걸 후회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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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망(roman)이라는 말은 어디서 왔을까. 흔히 사용하는 말로 로망은 무언가 하고 싶은 것을 뜻한다. 예를 들면 ‘유럽 배낭여행을 가는 게 로망이에요’처럼 쓰인다. 이렇게 쓸 수도 있다. ‘포르쉐 터보 S를 사는 게 로망이에요.’ 두 개의 예문에서 로망 대신 쓸 수 있는 말로 꿈이 있다. 로망 대신 꿈을 넣고 예문을 읽어보자. 전혀 어색하지 않다. 고로 로망은 꿈의 다른 표현이다. 어째서 로망은 꿈이 되고 꿈은 로망이 됐을까. 로망은 국어사전에 등재된 말이다. 문학 용어라고 한다.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12~13세기 중세 유럽에서 발생한 통속 소설. 애정담, 무용담을 중심으로 하면서 전기적(傳奇的)이고 공상적인 요소가 많은 것이 특징이다.”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다. 일단 넘어가자. 사전에는 로망과 비슷한 말로 로맨스(romance)가 등장한다. 좀더 익숙한 단어다. 로맨스 드라마, 로맨스 영화의 그 로맨스다. 도대체 어떻게 통속 소설을 뜻하는 로망/로맨스가 꿈이 됐을까. 로망과 꿈 사이에 낭만이 있다. 로망/로망스/로맨스라는 문학 장르가 동아시아 한중일 3개국에서 ‘浪漫’이라는 한자어로 번역 소개됐다. 일설에 따르면 일본의 소설가 나츠메 소세키가 프랑스어 roman을 발음이 비슷한 한자인 浪漫으로 썼다고 한다. 이 한자의 일본어 발음은 로망(ろうまん), 한국어 발음은 낭만이다. 참고로 중국어 발음도 낭만이다. 이제 실타래가 풀렸다. 로망은 낭만과 같은 말이다. ‘남자의 로망’과 같은 표현은 꿈보다 낭만이 로망을 대체하는 말로 더 어울린다는 걸 보면 로망이 낭만과 같은 말이라는 걸 알 수 있다. 정리해보자. 내가 하고 싶은 여행, 갖고 싶은 차는 낭만적인 것이다. 낭만은 로망의 같은 말이기 때문에 유럽 배낭여행과 포르쉐 터보 S가 로망이 됐다. 응? 무슨 말인지 내가 쓰고도 잘 모르겠지만 지나친 의미의 확장 같다. 개인적으로는 로망이라는 표현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일본에서 수입된 엉터리 영어 표현처럼 느껴진다. 나라면 로망 대신 그냥 꿈이라는 표현을 쓰겠다. 그렇지만 말을 쓰임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하는 건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언젠가 로망이 국어사전에 꿈, 낭만이라는 의미로 등록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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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승세(上昇勢), 하락세(下落勢), 유명세(有名稅). 세 단어에서 ‘세’의 한자가 다르다. 한자가 다르다는 말은 뜻이 다르다는 말이다. 상승세와 하락세의 세는 기세(氣勢), 형세(形勢)의 세다. 상승세가 가파르다,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상승세를 탔다 등으로 쓸 수 있다. 유명세의 세는 세금(稅金)의 세다. 유명세는 유명해서 내는 세금을 뜻하는 단어다. 실제로 유명해졌다고 세금을 내지는 않는다. 세금은 비유적인 표현이다. 유명해지면서 겪는 여러 귀찮고 피곤하고 곤란한 일들을 상징한다. 유명세가 실제 세금은 아니지만 말이 만들어진 속성은 상속세, 증여세 등과 같다. 상속세가 상속을 받아서 내는 세금이고, 증여세가 증여를 받아서 내는 세금인 것처럼. 따라서 유명세가 따르다, 유명세를 치르다 등으로 쓸 수 있다. 각 단어의 세가 지닌 뜻을 명확하게 나타내기 위해 상승세를 상승기세로 유명세를 유명세금으로 쓴다면 유명세를 타다라는 표현이 왜 틀린 말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인터넷에도 신문에서도 방송에서도 유명세를 타다라고 쓰고 있다. 이쯤되면 기세와 형세를 뜻하는 세(勢)를 쓰는 유명세 역시 표준어로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어떤 사람이나 유명한 정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뜻하는 단어가 딱히 생각나지도 않고 없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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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텐션’이라는 말은 2020년 6월 3일 현재 어떤 사람이 흥분된 정도 혹은 흥이 난 정도를 뜻한다. 보통 ‘텐션이 높다’ ‘하이 텐션’ ‘저 세상 텐션’ 등의 용례를 보인다. 나무위키에 따르면 텐션은 일본식 영어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한다. 기백, 기세, 흥분도와 같은 의미로 일본에서 쓰던 말이 국내에 건너왔다는 것이다. 영어사전에는 텐션(tension)이 긴장, 불안 등의 의미라고 정의한다. 이를 테면 미중 갈등으로 국가간 텐션이 높아지고, 무서운 공포 영화를 볼 때 관객의 텐션이 높아진다고 쓸 수 있겠다. 그밖에 텐션에는 당기는 힘을 뜻하는 장력(張力)의 의미도 있는데 지금 널리 쓰이는 텐션의 의미는 여기서 비롯된 듯하다. 세상 모든 말을 꼭 본래의 뜻에 맞게 사용할 필요는 없다. 게다가 텐션이라는 대체할 만한 적당한 용어도 언뜻 떠오르지 않는다. 다만 이런 경우를 상상해볼 수는 있겠다. 신나게 웃고 떠들고 있는 영어권 언어를 쓰는 사람에게 “오늘 텐션 좋네”, “텐션 높네요”라고 말한다면 상대방은 ‘엥?’ 하면서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을지도 모른다. 텐션처럼 일본에서 건너온 것으로 추측되는 말 가운데는 본래 영어와 그 뜻이 다르거나, 발음이 다르거나, 영어권에서 쓰지 않는 일본식 영어인 경우가 더러 있다. 더치 커피, 스킨십, 샐러리맨, 하이틴 등은 영어권에서 쓰지 않는 일본식 영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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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싼 키보드를 구입했다. 구입하게 된 경위는 특별한 게 없다. 몇 해 전부터 기계식 키보드라는 게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몇 달 전부터 갑자기 그 ‘키감’ ‘타건감’이라는 게 궁금해졌다. (개인적으로 어떤 단어 뒤에 ‘감’을 붙이는 말을 싫어한다. 길이감, 깊이감 등) 한참 커뮤니티 등 인터넷 검색을 하고 레오폴드라는 브랜드의 키보드(FC900R PD)를 나만의 위시리스트에 올려두었다. 대략 13~14만원 정도 하는 제품이다. 사무실에서 쓰기에 좋은 저소음 적축이라는 형식의 스위치를 사용하는 걸로 골랐다. 기계식 키보드는 사용하는 스위치/축에 따라 취향이 달라진다고 한다. 직접 기계식 키보드를 만져보지 못해서 알 수가 없다. 용산 가기는 귀찮다. 유튜브를 켰다. 키보드 마니아들의 온갖 영상이 있었다. 최근에 지마켓에서 할인 행사를 한다길래 레오폴드 키보드를 장바구니에 넣어놓고 정말 이 비싼 키보드를 사야 할까 고민의 시간을 가졌다.

대략 이틀 정도의 고민의 시간을 갖고 리얼포스라는 브랜드의 키보드(R2S-US5-IV)를 충동구매하고 말았다. 31만원이라는 가격에 구입을 했다. 인터넷에 올라온 수많은 리뷰에서 “직접 타건을 해보시고 구매하시기 바랍니다”라고 했지만 귀찮아서 그냥 사버렸다. 부자냐고? 거지다. 직접 써본 키보드는 어떠냐고? 사실 잘 모르겠다. 앞서 언급했지만 기계식 키보드도 사용해본 적 없어서 좋은지 안 좋은지, 똥인지 된장인지 잘 모르겠다. 지금까지 내가 사용한 키보드는 10년 전에 나온 HP(Hewlett-Packard, 휴렛 팩커드) 컴퓨터의 번들(Bundle) 키보드와 대략 2009년에 나온 맥북, 2014년에 나온 맥북에어의 키보드밖에 없다. 그래도 뭔가 다르다는 건 느끼고 있다. 경박한 키보드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점이 그렇다. 저소음 버전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꽤 오래 타자를 치면 손목이 아팠다. 55g이라는 키압 때문인 것 같다. 인터넷 고수들의 조언을 보고 예상을 하긴 했다. 그런데 지금 당장 살 수 있는 새 제품이 거의 없어서 그냥 이걸로 사버렸다.  그밖에 리얼포스여서가 아니라 영문 키보드여서 불편한 점은 한/영 키가 없다는 것, 오른쪽 알트(alt) 키를 누르면 한/영 변환이 되는데 기존에 쓰던 키보드와 구조와 달라 자꾸만 스페이스바를 누르게 된다는 것, 자음→한자 키를 이용한 특수문자 입력을 자주 하는데 한자 키가 없기 때문에 알트 키+숫자를 이용한 알트 입력법을 쓰거나 한자 키 역할을 하는 오른쪽 컨트롤(Ctrl) 키를 활용해야 한다는 것 등이 있겠다.

국내 키보드 마니아들은 리얼포스 키보드에 대부분 ‘끝판왕’이라는 진부한 표현을 붙인다. (제발 자신만의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서 쓰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도대체 왜 ‘국룰’(國Rule)이라는 걸 다 따르려고 하는지 알 수가 없다) 직접 써보고 별로였다고 하더라도 ‘끝판왕이라고 불린다’는 표현을 사용한다. 내가 사용해본 키보드의 경험으로는 (지금 내가 쓰고 있는) 이 키보드가 끝판왕인지 아닌지 알 수가 없다. 대신 ‘명품 키보드’라는 표현은 가능해보인다. 품질이 좋다는 의미의 명품보다 사람들이 갖고 싶게 만드는 브랜드의 가치(희소성, 비싼 가격)라는 측면에서 명품 키보드라는 표현을 붙이고 싶다.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나도 써보고 싶은 마음, 그게 리얼포스 키보드의 진짜 가치라고 생각한다. 한마디로 ‘돈지랄’이라는 거다. 후회하냐고? 아니! 절대. 이렇게 돈지랄 해서 리뷰 같지도 않은 리뷰를 (회사 업무 시간에) 쓰고 있는 게 너무 재밌다. 그 돈을 냈으니 이런 글을 쓸 수 있다. 게다가 위에서 장점으로 언급한 부분, 경박한 키보드 소리가 나지 않는다는 점 이거 하나면 충분하다. 명품은 가성비로 사는 거 아닌 거 다 알지 않나. 나에게 리얼포스 키보드 구매는 성공적인 돈지랄 되겠다.

덧붙이는 말. 리얼포스 키보드는 토프레(topre, 東プレ)라는 회사가 생산한다. 1935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일본 주식시장에도 상장된 큰 회사다. 게다가 키보드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키보드는 이 회사의 사업 부문에서 적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 같다. 주 사업 분야는 프레스 가공 기술을 이용한 자동차 부품이다. 이건 추측인데 사명의 ‘프레’(プレ)는 프레스(プレス)의 줄임말 같다. 토(東)는 도쿄(東京)의 줄임말 아닐까. 시뻘겋게 달궈진 철판을 프레스로 가공하는 영상을 볼 수 있는 토프레의 홈페이지 소개를 보면 아래처럼 돼 있다.  파파고로 번역해봤다.

-당사는 1935년에 자동차용 프레스 부품의 제조 개발 메이커로서 스타트했습니다.자동차의 골격등의 자동차 프레스 부품, 식재료등을 안전하게 전달하는 냉동 냉장차, 생활을 쾌적하게 하는 공조 시스템 제품, IT사회에 빠뜨릴 수 없는 전자 기기 제품등을 다루는 메이커입니다.일상 생활 속에서 우리의 이름을 본 적은 없을지 모르지만, 여러 곳에서 여러분의 생활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当社は、1935年に自動車用プレス部品の製造開発メーカーとしてスタートしました。自動車の骨格などの自動車プレス部品、食材などを安全にお届けする冷凍冷蔵車、暮らしを快適にする空調システム製品、IT社会に欠かせない電子機器製品などを手掛けるメーカーです。普段の生活の中で私たちの名前を目にすることは少ないかもしれませんが、さまざまなところで皆様の生活を支えておりま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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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씨가 몇 달 전에 구입했다는 그 색상의 아이폰 11을 구입했다. 점점 더 스마트폰이 비싸져서 살 때마다 돈 아깝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정말 이렇게 비싼 건가? 그렇겠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샤오미 스마트폰 사기는 싫다. 그렇다고 삼성 갤럭시, LG 벨벳을 사는 것도 힘들다. 이미 나는 애플에서 만든 기기들을 많이 가지고 있어서 그렇다. 애플워치, 에어팟, 애플TV, 맥북에어 등을 가지고 있다. 홈팟도 갖고 싶어서 입맛을 다시고 있다. 좋은 스피커 그 이상은 아니라고 하던데 그래도 애플 제품에 대한 환상은 끝이 없다. 아이패드도 살까. 그럼 애플 펜슬이랑 매직 키보드도 사야겠네.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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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5월 27일 현재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에서 누군가가 쓴 글 속에서 ‘몇 일’(혹은 몇일)을 본다. 언론 매체에서도 더러 몇 일이라는 말을 볼 수 있다. 국립국어원은 몇 일을 틀린 말로 규정하고 있다. 몇 일 대신 써야 할 바른 말은 며칠이다. 몇 월 며칠, 며칠 동안, 며칠 사이에, 며칠 날 등. 어떤 상황에서도! 어떤 문장 속에서도! 정말로 몇일이라고 써야 맞는 것 같아도! 사실 모두, 싹 다, 하나도 빠지지 않고 며칠이라고 쓰는 게 한글 맞춤범 규정에 맞다. 단 몇 날은 가능. 대다수의 사람들이 몇 일을 사용하고 있다. 간혹 며칠이라는 말을 쓰는 사람을 보면 신기하다. 이정도면 몇 일도 옳은 말로 인정해야 될 정도다. 아마도 많은 사람들은 특히 몇 월 며칠과 같은 표현을 어색하게 느끼는 것 같다. 이건 누가 봐도 어색해보인다. 이게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 한 고등국어 강사가 2008년 6월 7일에 국립국어원 온라인 가나다에 문의한 내용을 찾았다. 국립국어원의 답변은 이렇다. 1. 며칠은 몇+일(日)에서 비롯됐다. 2. 합성어 몇일은 원칙상 [면닐]로 발음해야 한다. 3. 그런데 우리는 [며칠]이라고 발음한다. 4. 그래서 며칠을 표준어로 정했다. 국립국어원의 답변이 이해가 되는가? 그냥 몇일로 쓰고 며칠로 발음하면 될일 아닌가. 한글에서 이런 사례는 수도 없이 많다. 그럼에도 왜 나는 몇 일로 쓰는 사람들을 보면 신경이 쓰일까. 피곤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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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즈 시절’은 2020년 5월 20일 현재 누군가의 ‘젊은 시절’과 거의 같은 의미로 쓰이는 말이다. 리즈 시절의 기원은 축구 커뮤니티다. 리즈 유나이티드라는 영국의 축구팀에 대한 게시글에서 비롯됐을 것으로 추측된다. 영국의 웨스트요크셔주에 위치한 리즈(Leeds)는 모직 산업이 발달했던 도시다. 이 도시를 연고로 한 축구팀 리즈 유나이티드 FC(Leeds United F.C.)는 현재 EFL 챔피언십에 속한 프로 축구팀이다. 프리미어 리그가 1부라고 한다면 리즈 유나이티드는 2부 리그 소속이라고 말할 수 있다. 리즈 유나이티드는 1919년 창설한 구단으로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오랜 기간 프리미어 리그에서 활약했으며 3회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의 경기는 로즈 더비(Rose Derby)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치열했다. 이런 화려한 역사는 2003~04 시즌의 챔피언십 리그 강등 이후 잊히고 있다.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 조금씩 늘어난 국내의 영국 축구 팬들은 리즈 유나이티드의 과거를 알기 쉽지 않다. 골수 팬들이나 리즈 유나이티드의 과거를 알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리즈 시절이라는 말이 등장한다. “리즈 유나이티드의 그때 그 시절을 너희가 아느냐”라는 뉘앙스 혹은 당시 젊은 유명주 미드필더인 앨런 스미스가 2부 리그로 강등된 리즈 유나이티드를 떠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한 이후 활약이 영 별로여서 팬들이 “앨런 스미스는 리즈 시절에 끝내줬는데”라고 한 것에서 파생됐다고 전해진다. 아마도 후자의 경우가 리즈 시절이라는 말의 탄생 기원에 가까워 보인다. 정리하면, 리즈 시절의 본래 뜻은 누군가의 과거에 화려했지만 지금은 그 빛을 잃어 버리고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진 상황을 의미한다. 이후 단순한 과거, 누군가의 젊은 시절로 의미가 확장됐다. 말의 기원을 따져볼 때 ‘강동원의 리즈 시절’, ‘이병헌의 리즈 시절’은 의미가 정확하지 않다. 강동원과 이병헌은 과거에도 지금도 여전히 널리 알려진 스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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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고 사실
지난해 12월 26일, 전라북도 익산의 산길에서 40대 여성 운전자가 아들을 태우고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를 운전하며 내려가던 중 엔진이 꺼졌다. 이후 운전자는 차량을 제어하지 못해 전복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 원인
내리막길을 내려가기 전 운전자는 한 차례 짧게 후진을 하고 버튼식 기어 셀렉터의 D버튼을 누르고 전진 기어로 바꾸었다고 생각했으나 차량은 여전히 후진 기어인 상태였다. 차량 결함이 아닌 운전자의 실수였다. 변속이 되지 않았다는 경고음을 운전자는 인지하지 못했다. 후진 기어 상태에서 내리막길을 달리게 된 차량은 운전자에게 계기판 등을 통해 경고의 신호를 보냈으나 운전자는 인지하지 못했다. 운전자는 엔진이 꺼지는 소리를 듣고 차량에 문제가 있다는 걸 인지했으나 그대로 운행했다. 아는 사람을 만나 한 차례 정차를 하면서 남아 있던 브레이크의 압력을 다 사용했다. 다시 굴러가게 된 차량의 브레이크는 더 이상 작동하지 않았다.


팰리세이드 사고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크게 논란이 되고 있다. 반응은 두 가지다. 1.운전 미숙이다. 2.사람이 먼저다. 이 두 유형의 사람들은 서로의 주장을 끊임없이 반복하고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왜 두 유형의 사람들은 서로 이해하지 못하고 싸우는 걸까. 두 유형의 사람들이 어떤 특징을 가지고 있을지 내 마음대로 추측해보고자 한다.


유형1. 운전 미숙 주장형

유형1의 사람이 반응한 핵심 문장/ 평소운전습관대로계기판을 보진 않아구요(사고 운전자의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된 문장)

특징1. 1종 보통 면허 소지자/ 유형1의 사람은 1종 보통 면허를 취득했을 가능성이 높다. 운전자가 사소한 실수를 하면 차량의 엔진은 언제든지 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몸소 체험했다.

특징1의 댓글/ 수동 차량 오르막길에서 엔진 꺼먹는 거랑 같은 거 아닌가요? 오르막구간에서 많이들 탈락했죠.

특징2. 페트롤헤드(petrolhead)/ 유형1의 사람은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자동차에 대한 지식이 많아서 어려운 용어를 자주 사용한다.

특징2의 댓글/ 토크컨버터 적용 차량이면 엔진이 꺼지는 게 물리법칙입니다. 미션 보호를 위한 로직이 아니라고요.

특징3. 모범(?)운전자/ 유형1의 사람은 미숙한 운전자를 혐오 혹은 계몽하려는 반응을 보인다. 

특징3의 댓글/ 매뉴얼 정독하세요. 그래서 운전면허증을 발급하는 겁니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과 함께 도로에 있습니다. 이명박 X새끼.

유형1 반응 정리/ 유형1의 사람은 팰리세이드 전복 사고를 자동차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접했다. 직접 사고 원인을 분석한 결과 운전자의 조작 미숙, 제어 실패 등으로 사고가 일어났다고 결론지었다. 기어 변속 실수에서 비롯된 엔진 꺼짐 과정에서 차량은 적절하게 경고를 보내왔지만 운전자가 이를 무시했다고 본다. 그밖에 전복된 차량의 튼튼한 차체와 사고 발생을 즉각 감지하고 전화를 걸어온 블루링크 시스템에 감탄했다.


유형2. 사람이 먼저 주장형

유형2의 사람이 반응한 핵심 문장/ 외제차는 시동이 꺼지지 않았습니다.

특징1. 2종 보통(A) 면허 소지자/ 유형2의 사람은 수동 차량 운전 경험이 없다. 차량 운행 중 엔진이 꺼지는 일은 경험해보지 못했다. 이들에게 차량 운행 중 엔진이 꺼지는 경우는 고장 혹은 결함뿐이다.

특징1의 댓글/ 그래도 시동이 꺼지는 건 문제 아닌가요? 그래도 엔진은 켜져 있어야 합니다. 사람 목숨이 달린 문제입니다.

특징2. 일반인/ 유형2의 사람은 보통 사람이다. 자동차에 관심은 있지만 기계적 매커니즘이나 구동 원리 등은 잘 모른다. 그런 까닭에 다른 자동차 전문가의 의견에 동조하게 된다.

특징2의 댓글/ 사람을 보호해야지 미션을 보호하는 게 말이 되나요? 전자 제어 기술로 멈추게 하면 되지 않나요? 다른 차들은 그렇게 하잖아요. 명장님 말씀이. 변호사님 말씀이.

특징3. 평범(?)한 운전자/ 유형2의 사람은 운전을 특별한 행위로 여기지 않는다. 유형1의 혐오와 계몽에 반감을 갖고 있다. 안전에 대한 책임은 운전자가 아닌 차량이 갖추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징3의 댓글/ 그래도 버튼 기어의 UI/UX는 개선돼야 합니다. 매뉴얼을 언제 다 보고 있나요? 그래도 현대가 더 신경 써줬으면 좋겠습니다.

유형2 반응 정리/ 유형2의 사람은 팰리세이드 전복 사고를 주로 SBS 모닝와이드 혹은 MBC 뉴스데스크를 통해 접했다. 방송에서 언급한 내용을 기본 바탕으로 사건에 접근했다. 엔진이 꺼지게 되는 자동차의 매커니즘, 운전자의 미숙함 등 사고의 원인을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사고 원인 분석을 한 유형1의 사람들의 의견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타는 수천 만원짜리 자동차의 엔진이 결코 꺼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언제 나도 이런 사고를 당할지 알 수 없다는 생각으로 향후 개선책을 논의하려고 한다.


이상 인터넷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군 팰리세이드 전복 사고을 접하는 사람들의 유형을 살펴봤다. 예시로 각 특징별 댓글을 임의로 작성해봤다. 두 유형이 서로 의견을 모으지 못하는 결정적 이유는 각 유형의 특징 3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보인다. 차잘알인 유형1은 가르치려 하고 차알못 유형2는 듣기 싫은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유형1의 주장과 의견에 동조하면서 유형2의 개선 주장을 존중하는 박쥐 같은 입장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는 중이다.

베로나 원정 경기를 보지 못했다. 2019/2020 시즌 전 경기를 라이브로 보고 리뷰를 써보겠다는 프로젝트는 실패하고 말았다. 추석 연휴가 지나가면서 어영부영하다가 경기를 놓치고 말아다. 이럴 줄 알았다. 이 프로젝트를 계속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 된다.

그런데 다음 경기가 밀란 더비네. 일단 이 경기는 놓치지 말고 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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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라도 이겼으니 됐다. 2부 리그인 세리에 B에서 승격한 브레시아를 상대로 이정도로 못 할 줄이야. 다시 한번 말하지만 어쨌든 이겼으니 됐다. 수소의 크로스와 찰하노을루의 헤더 골, 이 한 장면을 빼고는 도무지 기억에 남는 순간이 없다.

경기에 집중을 못하고 후반전에 접어들고서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이적생들은 선발 라인업에 왜 들지 않을까. 물론 베네세르가 선발로 출전하긴 했다. 그는 지난 경기에는 출장하지 않았다. 1라운드 우디네세 전에 선발출장한 피옹테크 대신 나온 실바는 이적생이라고 보기 힘들다. 사실은 하파엘 레앙이 보고 싶었다. 지난 주말에 잠깐 교체 출장하긴 했지만 풀타임을 소화하는 레앙의 플레이가 궁금했다. 레앙은 교체 명단에 있었지만 브레시아 전에 출전하지 않았다. 축구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기 때문에 완전히 무식한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여전히 이적한 선수들이 주축이 되지 않는 선발 라인업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잠파올로 감독은 아마도 최적의 라인업을 짰을 것이다. 어쩌면 시즌 초반 여러 실험을 할 수도 있다. 상대는 강팀이 아니니까 더 그럴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어쨌든 나는 이적생이 추축이 아닌 라인업이 불만이다. 이 생각의 근거는 어이없게도 내가 했던 플레이스테이션의 축구 게임에서의 경험이다. 피파2017, 2018 등을 플레이 하면서 선수를 사면 나는 늘 선발 출전시켰다. 후보로 쓸 선수를 산 적은 없었다. 나이는 상관없다. 어려도 선발 자원이 될 만한 선수를 영입했다. 이적시장이라는 건 결국 지금 스쿼드보다 더 나은 스쿼드를 만들기 위한 것 아닌가. 게임과 현실이 결코 같을 수는 없다. ‘축알못’은 그냥 답답하다. 밀란이 화끈한 경기를 펼쳤다면 게임에서 비롯한 경험에 근거한 (어처구니 없을 가능성이 높을)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 듯하다. 경기 막바지에 교체 출장한 파케타의 움직임이 경쾌해 보였던 기억이 난다. 왜 파케타는 선발 출장하지 않았지.

팬들이 라인업에 불만을 품는 이유는 뻔하다. 경기가 잘 안 풀리기 때문이다. 재미 없고 답답한 경기를 보는 팬의 입장에서는 자기만의 라인업을 짜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 또한 축구를 즐기는(?) 과정 아니겠는가. 개인적인 바람을 적어본다. 3라운드에서는 내가 보고 싶은 ‘젊은 피’들이 피치 위에 있었으면 한다. 다음 경기는 9월 15일 베로나 원정이다.

19/20, 2R, AC 밀란 대 브레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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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 데 없는 일을 해보려 한다. 이건 누가 봐도 명백하게 쓸 데 없는 일이다. 

지난 밤 AC 밀란 대 우디네세의 경기를 봤다. 2019/2020 시즌 개막전이었다. 중계를 어디서 해줬냐고? 안 해줬다. 유럽 축구를 중계하는 케이블 스포츠 채널 스포티비와 스포티비 2는 모두 손홍민이 뛰는 토트넘과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방영했다. 경기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밀란 국내 팬페이지에 접속했다. 거기에는 밀란의 경기를 볼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친절하게 나와 있었다. 어딘가 불순한 느낌의 사이트에서 스트리밍으로 보는 방법을 먼저 선택했다. 아이폰으로는 그럭저럭 볼 만했지만 애플TV를 통해 TV에 미러링 했더니 영 화질이 좋지 않다. 이제 나이가 꽤 들어서 그런지 아니면 처음부터 그랬는지 몰라도 작은 아이폰 화면으로 축구를 보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후진 화면의 TV를 보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현지 오디오만 있고 해설 및 중계 음성이 없어 누가 공을 잡았는지, 방금 패스를 누가 했는지 알기가 쉽지 않았다. 밀란이 세리아에서 우승하던 10여 년 전 이후 경기를 몇 번 보지 않았기 때문에 선수 파악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상태았다. 그러니 비록 한국어가 아니더라도 중계 및 해설 음성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러시아어든 영어든 이탈리아어든 볼을 잡는 선수의 이름은 호명해주지 않는가. 결국 팬 페이지가 소개한 두 번째 방법을 시도하게 됐다. 스포티비 나우라는 앱을 설치하고 충동적으로 자동 연장되는 월정액권을 결제하고 말았다. 애플뮤직에서 더 많은 음악을 듣겠다고 미국 앱스토어 계정을 쓰는 바람 한달치로 17달러가 넘는 돈이 청구됐다. 한국 계정에선 좀더 싸게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마도 1만 6300원 정도 되는 돈을 매달 결제하면 된다. 결제 자체는 편리했지만 밀란 경기를 보겠다고 이정도 돈을 쓰는 게 합리적인 소비인지는 의문이다. 필요에 따라 큰 돈을 쓰기도 하지만 묘하게 작은 돈에 집착하는 소인배 성격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머릿속 한쪽에 이런 좀스러운 생각을 묻어둔 채 축구를 보려고 했다. 그런데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야 했다. 아이폰의 미러링이 적용되지 않는다. 실망하고 말았다. 영어로 말하는 캐스터의 음성은 낮지만 카랑카랑하게 들리는데 제대로 된 화면은 볼 수 없었다. 다른 앱에서는 잘 되는데 유독 스포티비 나우는 미러링이 볼가능했다. 아무래도 미러링 기능을 막아놓은 듯하다. 결국 방에 있는 맥북 에어에서 스포티비 나우를 사파리로 접속한 뒤 미러링으로 거실 TV에서 볼 수 있게 했다. 휴~. 이것마저 안 되면 어쩔 뻔 했나. 드디어 본격 축구 관람 모드로 들어갔다. 경기 시간은 전반 10여 분이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새벽 3시가 되어 갈 때쯤 경기가 끝났다. 늘 그렇듯이 한쪽 팬들이 환호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저 한숨을 내쉬었다. 1 대 0으로 우디네세가 승리했다. 1점밖에 나지 않았지만 게임 내용은 1 대 0이 아니었다. 우디네세는 더 많은 득점을 할 수 있었다. 유효슈팅 개수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디네세 6개, 밀란은 0개다. 자, 이쯤되면 쓸 데 없는 일이 뭘까 짐작할 수 있겠다. 그렇다. 나는 스포티비 나우를 결제하면서 이번 시즌의 밀란 전 경기를 볼 수 있게 됐다. 의지만 있다면 말이다. 그러니 전 경기의 리뷰는 아니고 일종의 후일담을 쓰면 어떨까 생각해보게 됐다. 이건 정말 미친 짓이다. 밀란은 예전의 밀란이 아닌지 오래 됐고, 주말 마다 축구를 챙겨보는 것도 이제 늙어서 쉽지 않다. 게다가 어제처럼 허무하게 진 경기에 대해서 이렇게 재미도 없는 글을 주저리 주저리 쓴다는 건 정말 쓸 데 없는 짓이다. 다음 경기는 9월 1일 브레시아와의 홈 개막전이다. 과연 이 경기를 보게 될지 두고 봐야겠다.

 

19/20, 1R, AC 밀란 대 우디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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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면의 품격>이라는 책을 읽었다. 이용재라는 음식평론가에 대해 우연히 알게 되어 그가 쓴 책이 궁금해졌다. 책 내용은 그의 블로그 글과 비슷했다. 서울 경기 지역의 유명 냉면집에 대한 평가를 간략하게 쓴 것들이다. 책 내용보다 영화감독 변영주의 추천글이 더 인상적이었다. 나는 늘 영화 비평가를 싫어하는 대중, 관객의 심리가 궁금했다. 이 궁금증에 대한 작은 실마리를 변영주 감독의 글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그의 글 가운데 일부를 블로그에 옮겨보았다.

 

 

사소한 질문을 공격적인 화살이라 생각하고, 나름의 속마음을 천편일률적인 비아냥거림이라고 분노하고. 이를테면 방어력만 만땅인 시대에 비평을, 그것도 누구나 즐길 수 있고, 누구나 향유하고 있는 대중적인 대상을 비평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의견에 대한 궁금함이 사라진 시대, 혹은 대중적인 것을 전문적인 문장으로 전환해내는 것을 권력이라고 오해하는 시대. 『한식의 품격』의 작가 이용재가 직면한 세상은 이렇게 자신의 의견이 순환되는 것이 아니라, 일방으로 전달되고 감정 섞인 실드로 응답받는 곳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비평은 가장 대중적인 어떤 곳에서 필요로 하는 ‘문장’이라고 믿는다. 모두가 너무 쉽게 각자의 의견을 갖게 되는 시대에, 바로 지금 상상하고 사유해야 할 지점을, 상대방이 재수 없어 하고 귀찮아하더라도 설파해야 하는 의무를 갖는 직업. 그래서 나는 다양한 비평의 글들을 사랑한다. 내가 흠모한 어떤 생산물을 가차 없이 분석한 글을 볼 때 나는 궁금해진다. 우리의 차이는 어디에서 갈라진 것일까? 그 궁금함이 계속 글을 읽게 만들고, 또한 내가 어떤 생산물을 만드는 순간 더욱 숙고하게 만드는 기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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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말싸미>는 왜 실패했을까.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은 간단하다. 세종대왕 대신 이름 모를 스님이 훈민정음을 창제했다는 이야기라서 망했다. 끝이다. 더 할 말이 없을 것 같지만 생각해볼 여지를 만들어보려 한다.

먼저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세종대왕은 성역인가. 그렇다. 위대한 임금 세종대왕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나라를 팔아먹은 매국노와 같은 취급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대중들은 그렇게 생각하는 듯하다. 세종대왕 위인전은 ‘신화’와 다름 없어 보인다.  <나랏말싸미>는 예술영화가 아니고 대중에게 소구해야 하는 여름 극장시장의 상업영화다. 조철현 감독이 근거 없는 상상으로 <나랏말싸미>의 시나리오를 쓰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러 사료를 검토한 뒤에 신미(박해일)라는 스님이 한글 창제에 관여했을 가능성을 발견했을 것이다. 그가 불자인지 아닌지는 논외다. 역사는 분명 해석의 여지가 있는 영역이며 학자가 아니라도 새로운 사료가 나오면 이를 근거로 가설을 만들 수 있다. 이준익 감독과 여러 영화를 만들고 <사도>의 각본을 쓰기도 했던 ‘이야기 장사꾼’인 조철현 감독은 이 새로운 접근에 현혹됐다고 본다. ‘지금까지 우리가 몰랐던 이야기’라는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다. 그러면서 대중이 세종대왕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간과하고 말았다. <나랏말싸미>를 통해 세종대왕(과 이순신 장군)은 한국에서 절대 건들이지 말아야 할 대상이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광화문 광장에 동상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그런 점에서 ‘국뽕영화’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던 <명량>을 다시 생각해볼 필요도 있겠다. 과연 대중이 기대하는 것은 무엇이었나.

아마도 대중은 내가 알고 있던 위대한 세종대왕의 모습을 큰 스크린으로 보고 싶었을 것 같다. <뿌리 깊은 나무> 같은 드라마의 극장판을 기대했을지 모르겠다. <나랏말싸미>는 그 기대를 배신했다. 이는 영화의 홍보 과정의 패착일 수도 있다. 좀더 적극적으로 신미 스님에 대한 부분을 노출했어야 한다. 극장에 들어가기 전에 관객들이 <나랏말싸미>가 신미 스님이 한글을 만들었다는 가설을 역설하는 영화라는 정보를 알고 가야 했다. 만약 그랬다면 개봉 전부터 큰 논란에 휩싸였겠지만 적어도 기대를 배신하는 영화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논란의 영화를 보고 판단하는 것과 기대를 배신한 영화 가운데 더 낮은 평가를 받는 건 후자라고 생각한다.

개봉전 논란이 될 영화 <나랏말싸미>를 가정하고 보니 <다빈치 코드>라는 영화가 떠오른다. <나랏말싸미>를 신성 모독 논란의 댄 브라운 소설을 바탕으로 한 <다빈치 코드>처럼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그냥 상상을 해보자. <훈민정음 해례본>을 둘러싼 살인 사건이 일어나고 한 국문학자가 등장해 그의 죽음을 조사하다가 우연히 훈민정음 창제의 비밀을 알게 된다는 식의 이야기. 관두도록 하자. 의미가 없어 보인다. 세종대왕과 한글 창제의 신화는 건드리면 안 되는 성역이라는 사실이 너무나 공고하다.

그럼에도 나는 영화는 영화로 받아들여야 하는 입장이다. 그래서 훈민정음을 스님이 됐든 집현전 학자가 됐든, 이름 모를 또 다른 누군가가 만들었다고 주장하는 그 어떤 이야기도 수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큐멘터리라고 해도 상관없다. 신미 스님이 훈민정음 창제 과정의 깊게 관여했다는 가설을 진지하게 다룬 다큐멘터리도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든 창작물에는 기본적으로 표현의 자유가 있으니까. 단, 논란을 가져올지도 모를 이야기를 대중에게 할 때는 설득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다면 <나랏말싸미>처럼 실패하고 만다. 

결국 영화는 영화로 보는 사람의 입장에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나랏말싸미>는 영화적으로 재미가 없었나. 내가 보기엔 그럭저럭 볼 만했다. 미술이나 촬영에 공을 들인 흔적이 보이고 배우들의 연기는 훌륭했다. 간혹 유머러스한 장면에선 피식 웃을 수도 있었다. 자신의 잇속을 챙기는 신하와 백성을 ‘어여삐 여기’는 세종(송강호)의 갈등도 그럴싸하게 만들었다고 본다. 그 가운데 소헌왕후(전미선)라는 인물을 넣은 것도 비난할 거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여기까지다. 영화적 완성도에 대한 부분을 조목조목 짚어보는 건 영화비평가들의 몫일 테다. 세종과 한글창제의 비밀이라는 소재만 아니었다면 조철현 감독의 데뷔작은 실패할 일이 없었을 것이다.

덧. <나랏말싸미>의 공동 각본가인 이송원 작가의 <씨네21>의 인터뷰 기사를 인용하려 한다.

오랫동안 만지작거리던 세종대왕을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3년 전 겨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촛불시위를 지켜보면서다. “사람들의 의식이 바뀌는 모습을 보고 진짜 21세기가 왔다고 생각했다. 수십만 촛불에 에워싸인 세종대왕 동상을 올려다보면서 이제는 세종대왕 이야기를 꺼내도 되겠다 싶었다”는 게 이 작가의 회상이다.  

그러니까 조철현 감독과 이송원 작가는 한글 창제에는 관심 없는 사대부로 대표되는 기득권 세력과 세종대왕과 신미, 소헌왕후가 대변하는 백성의 대결을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 구도에서 신미가 없었다면, ‘한글 창제의 숨겨진 이야기’, ‘역사에 기록되지 못한 그들의 이야기’가 없었다면 <나랏말싸미>는 성공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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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이 많아졌다. 늙어서 그런 것 같다.’ 영화 속의 별 것 아닌 장면을 보고 눈시울이 붉어질 때 이런 생각을 한다. 최근에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재개봉한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애니메이션 <마녀 배달부 키키>의 첫 시퀀스를 보고 눈물을 쏟을 뻔했다.

<마녀 배달부 키키>의 첫 시퀀스는 그야말로 평화롭기 그지 없는 장면이다. 지브리의 익숙한 토토로 로고가 사라지면 처음엔 바다인줄 알았던 넓은 호수를 바라보는 푸른 풀밭 언덕에 누워 있는 어린 마녀 키키가 등장한다. 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고 키키의 머리칼도 풀과 함께 흔들린다. 벌 한 마리가 시끄럽게 웽웽 거리고 키키의 머리맡에 있는 휴대용 라디오에서 날씨 소식이 흘러나온다. 정정. 라디오 소리가 먼저 들리고 카메라가 패닝(panning)하며 키키를 보여주는 것 같다. 기억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 다시 찾아보기는 귀찮다. 라디오 속 딱딱한 말투의 남자는 “오늘 밤에는 근사한 보름달을 볼 수 있다”고 말하고 이어서 “내일도 맑겠습니다. 모레도 맑겠습니다”라고 덧붙인다. ‘내일도 맑고, 모레도 맑겠다’는 말이 조금은 이상하게 느껴진다. 키키는 두 팔을 머리에 괴고 누워서 눈을 껌뻑껌뻑 거린다. 바람은 여전히 살랑거린다. 벌의 웽웽 거림이 사라지면서 멀리서 들려오던 히사이시 조의 음악 ‘맑은 날에’(晴れた日に)가 오버랩(overlap)되며 불륨을 키운다. 음악 소리가 커질 때 조금씩 감정이 벅차올랐다. 키키의 무표정한 얼굴이 화면을 채울 때 눈물을 참아야 했다. 무표정이 아니라 사실은 오늘밤, 마녀 수행을 하기 위해 집을 떠나겠다고 다짐하는 키키의 표정과 아련한 분위기를 담아낸 음악의 조화, 손으로 그린 그림이기에 어쩌면 더 실제 같은 지브리 스타일의 바람 표현과 스테레오가 아닌 조악한 라디오 소리의 어울림이 마음에 파고들어온 것 같다. 굳이 벌을 등장시키는 건 어떤 이유였을까. 알 수 없지만 벌도 이 시퀀스의 분위기를 만들어낸 중요 요소처럼 느껴진다. 키키의 얼굴을 바라보며 오래전 이 애니메이션을 봤던 기억이 떠올랐는지도 모른다. 문득 생각이 난 거다. ‘그래, 키키는 가족을 떠나 새로운 삶을 찾아가야 하는 거였지.’ 라디오의 남자가 날씨 정보를 다 말하고 이름을 기억할 수 없는 시장의 물품 시세 정보를 나열하려던 찰나, 키키는 라디오를 끄고 벌떡 일어난다. 여기까지가 첫 시퀀스인 것 같다.

다음 시퀀스에서 키키는 씩씩한 소녀의 모습이 된다.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건지 모르겠지만 첫 시퀀스에서와는 정조(情調)가 다르다. 지브리의 모든 캐릭터가 그렇듯이 육상 선수처럼 군더더기 없이 날렵한 동작으로 집으로 달려가는 키키는 동네 어르신을 만나 잠깐 멈춘 뒤 예의 바르게 무릎을 까딱하며 인사하고 집으로 다시 달린다. 벌컥 문을 열고 집에 들어선 키키. 이웃 할머니에게 줄 류마티스 관절염 약을 만들던 엄마에게 당찬 목소리로 말한다. “오늘 출발할 거예요.”

예전에 이 애니메이션을 봤을 땐 어땠을까. 그때도 지금처럼 아련한 마음이 들었던가. 알 수 없다. 내 기억이 정확하다면 대략 10년 전에 <마녀 배달부 키키>를 처음 봤던 것 같다. 어떤 이유였는지 모르겠지만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던 선배의 자녀에게 보여주면 좋겠다며 이 애니메이션을 추천했던 기억이 또렸하다. 그 아이는 지금 성인에 가까워졌을 텐데 <마녀 배달부 키키>를 봤는지 모르겠다.

하루종일 사무실에 앉아 뻘짓만 하다가 그 뻘짓마저 지겨워져서 뻘글을 남기게 됐다. 참 일하기 싫은 목요일이다. 내일도 일하기 싫고, 모레도 일하기 싫을 것 같다. 오늘밤 서울에는 어떤 달이 뜰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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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봉준호 감독의 대단한 점이라고 할까. <기생충>을 본 사람들이 자신만의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때 중요한 지점은 ‘자신만의’이라는 단어다. ‘내가 본’, ‘개인적인’과 유사한 의미로 볼 수 있다. 다시 봉준호의 대단한 점을 얘기해보자. 봉준호는 <기생충>을 수직구조로 짜여진 빈부(貧富)의 영화로 만들었다. 지하실, 계단, 수석 등 몇 가지 장치를 통해 계급 문제를 끌어왔다. 냄새라는 요소는 기가 막힌 한 수였다. 이 요소들에 대해 사람들이 해석을 만들어낸다. 사실 영화 속 어떤 요소라도 나만의 해석을 할 수 있다. 영화의 처음과 끝에 보여지는 양말에도 의미 부여가 가능하다. 봉준호 감독이 의도했던 아니든 그건 중요하지 않다. 그 해석이 그럴싸한가 아닌가의 문제다.

<기생충>은 해석의 여지가 많은 영화다. 해석의 여지가 많다는 것을 다르게 생각해보면 어떻게 될까. 명확하지 않다는 말이다. 왜 수석은 중력을 거스르고 물에 뜨는 것일까. 왜 기우(최우식)는 수석에 그렇게 맞아도 죽지 않은 것일까. 영화는 보여주지 않고 설명해주지도 않는다. 내가 못 보거나 알아차리지 못했을 수도 있다. 어쨌든 <기생충>은 친절하지 않은 지점이 있다. 해석은 우리의 몫이다. 각자의, 자신만의, 개인적인 해석이 그렇게 생산된다. 정답은 없다. <기생충>은 수많은 관객의 경험에서 비롯된 해석이 가능한 영화다. 아직 봉준호가 왜 대단한지 얘기하지 않았다. 불친절한 영화, 설명해주지 않는 영화는 많다. 때로 지나치게 불친절한 경우, 사람들은 영화를 욕한다. 재미없다고. 

봉준호의 <기생충>은 재밌다. 불친절한 영화가 재밌다니. 봉준호는 어떻게 불친절하면서 재밌는 영화를 만들 수 있었나. 누가 좀 알려주면 좋겠다. 내가 궁금한 건 누군가의 그럴싸한 해석이 아니다. 정말 궁금한 건 어떻게 재밌게 만들었냐는 것이다. 어떻게라는 단어가 품고 있는 요소 가운데 하나가 해석이라는 영역인 것 같다. 영화의 재미를 분석하는 건 플롯, 연출, 편집, 미장센…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 구조, 스토리의 배치, 배우의 연기, 대사의 결, 컷의 연결, 카메라의 앵글과 프레임, 조명의 사용… 또 뭐가 있을까. 답답하다. 이런 것들이 어떻게 재미를 만들어냈는지 설명할 능력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나는 봉준호가 왜 대단한지 말할 수 없다. 이야기가 재밌으니까 재밌는 거 아니냐고. 틀린 말이 아니다. 그래도 궁금하다. 봉준호는 <기생충>의 재미를 어떻게 만들었나. 수석의 의미보다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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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벌
개인적으로 정말 싫어하는 말이다
수영장에서 인터벌을 하게 되면 지옥을 맞본다

나이키 러닝 클럽의 세 번째 러닝 가이드를 켰다
제목은 퍼스트 스피드 런

빨리 달려야 한다는 건 예상했지만
인터벌 달리기일 줄이야

1분 빨리 달리고 1분 쉬는 것을 여덟 번 반복했다
마지막에 한번만 더 달리자며
아이린 코치가 30초를 힘껏 달리라고 했다

꾸역꾸역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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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또 했다
넥스트 런이라는 가이드에 맞춰서 뛰었다

이번엔 조금 빨리 달렸는지
날씨가 더웠는지
땀이 좀 많이 났다

나이키런클럽의 아이린 코치가
자기 태그해달라고 했는데
민망해서 못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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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지 모르겠다
어제 불광천을 산책하면서 간간이 천천히 달렸던 기억 때문인 것 같다

1년간 한번도 사용하지 않아서 지웠던 나이키 런클럽 앱을 다시 설치하고 불광천에 달리기를 하러 나갔다
나이키에서 제공하는 'FIRST RUN'이라는 제목의 러닝 가이드에 맞춰 달리기 시작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아이린 코치가 말을 걸어왔다

'벌써 2분 이상 달리고 있어요, 페이스를 늦추고 아주 편안하게 달리세요, 오늘 왜 러닝을 하려고 했는지 생각해보세요, 조금만 더 힘을 내세요, 정말 잘했어요, 호흡에 집중하세요, 오늘의 러닝을 친구들에게 공유해보세요'

아이린 코치의 말을 충실히 따르며 천천히 달렸다
20분 달리기를 마치니 코치가 '눈을 감고 두 손을 머리 위에 올리고 호흡을 하라'고 한다
그대로 따라하고 있는데 '정말 하고 계시네요?' 라고 말해서 민망해졌다


-

달리기 후 느낀 점

1. 런클럽 앱에 내 나이키 스니커즈는 등록이 안 되어 있어서 새 러닝화를 사야 하나
2. 큰 블루투스 헤드폰이 거추장스러워서 에어팟을 사야 하나
3. 애플워치만 차고 나가도 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4. 영화 <그녀>의 테오로드(호아킨 피닉스)가 된 기분이었다
5. '오늘 왜 달리려고 했냐'는 아이런 코치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은 것 같기도 하다
6. 이렇게 오늘의 달리기를 공유하면서 나이키 마케팅에 홀랑 넘어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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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TV 샀다

플레이스테이션4 고장나서 휴가내서 서비스센터 갔더니
18만 9000원 수리비 나온다길래 고민하다가
다시 고이 들고 집으로 왔다

중고 플레이스테이션 살까 하다가
요새 플레이스테이션으로 게임은 많이 안하고
넷플릭스, 유튜브를 많이 본다는 사실을 깨닫고
애플TV 충동구매했다

플레이스테이션 고치는 값으로 샀다고 생각하련다​
빨리 배송되길!!!!

그런데
<라스트 오브 어스 2> 나오면 어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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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 러시아 월드컵 정리하는 FIFA TV 하이라이트 영상

한국이 독일 꺾는 거 꽤 길게 나옴


이번 월드컵은 새벽 경기 보다가 잠드는 경우가 많아서 아쉽다

어제 결승전도 종료 휘슬 소리 듣자마자 소파에서 바로 잠들었음

트로피 받는 거 봤어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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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난주 토요일 홀로 자유수영을 갔다
가장 처음 수영을 배웠던 마포아트센터 수영장에 오랜만에 가보고 싶었다
마포아트센터 수영장은 고향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 그렇다

고향에 와서 그런지 그날 갑자기 수영 욕심이 생겨
무려 35~40분 정도를 쉬지 않고 자유형으로 돌았다

쉬는시간을 알리는 휘슬이 불릴 때까지 열심히 수영을 하고
애플워치를 봤더니 75랩이라고 알려줬다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 머릿속으로 여러 번 곱셈을 했으나 암산은 실패하고 말았다
25곱하기75는 1875미터다
125미터 더 가서 2킬로미터 채웠어야 하는데 아쉽다

10분 쉬는시간 동안 애플워치 운동앱을 일시정지 시켜놓았다
다시 휘슬 소리가 들리고 일시정지를 풀려고 하는데 에러가 나버렸다

그렇게 나의 최장 거리 수영 기록은 사라져버렸다
젠장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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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다니는 수영장은 대략 초급, 중급, 상급, 고급, 마스터반으로 구성돼 있다
초급은 처음 수영 배우는 사람들
중급은 평영 배우는 사람들
상급은 접영 배우는 사람들
고급은 접영 가능한 사람들이라고 보면 된다
마스터반에는 모든 영법을 다 잘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지난해 11월쯤 상급반으로 등록하고 곧 고급반으로 옮겼다
고급반에서는 좀 오래 있었던 것 같다
4~5달 정도 고급반 ‘1번’(그 반에서 가장 잘하는 사람)의 자리를 지켰다

6월말에 강사가 “다음달부터는 저랑 같이 마스터반 가시죠”라고 말했다
마스터반이라니!
사실 두 달 전쯤인가 강사가 슬쩍 “마스터반으로 옮기면 어떠냐”고 물어보긴 했다
그땐 “힘들어서 싫어요”라고 했지만 이번엔 어쩐지 거부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우리 수영장의 경우, 고급반과 마스터반의 차이가 너무 크다
고급반에는 수영을 오래 했지만 더 이상 실력이 늘지 않는 회원들이 많다
이런 이유로 사실 많이 널널한 느낌이었다
마스터반은 다르다
수영을 오래한 실력자(!)들이 많다
마스터반은 고급반 운동량의 3배 정도 소화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마스터반 회원으로 지난 월요일에 첫 강습을 들었다
오리발 데이였는데 강사가 뒷쪽에 서서 눈치보던 나를 끌고 앞으로 갔다
다섯 번째에 서라고 했다
억울한 표정을 지었더니 “1번 했으니까 이정도는 할 수 있다”고 했다

자유형 발차기X3
배영 발차기X3
한팔접영, 평영X5

대충 이렇게 하고 나니 숨을 헐떡거리게 됐다
자유형 대쉬(자유형으로 미친듯이 빨리 가는 것)X5의 두 번째 바퀴에서 앞사람을 놓치고 말았다
대쉬에 동참하지 않은 걸로 보이는 다른 회원들에 길이 막혔는데 속으로 ‘앗싸’하고 뒤에 서버렸다

아마도 혼자만의 쓸데없는 생각이겠지만
지나고 보니 강사가 굳이 앞으로 보내줬는데
열심히 안 한 것 같아서 미안한(?) 느낌도 든다

뒤에 서니 앞에 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편했다
강습 끝나고 사우나(정식 명칭은 체온조절실)에서 만난 고급반 어머님 회원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마스터반 가서 출세했네. 강사가 앞으로 막 보내던데.”

이상 마스터반 출세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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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사소한 접촉사고가 있다
자유형을 하다가 앞에 가는 사람의 발을 손으로 치는 경우
평영 하다가 옆 레인이나 레인 반대 편에 있는 사람을 발로 차게 되는 경우
배영을 하다가 앞에 있는 혹은 가는 사람을 손으로 가격하는 경우 등이 있다
흔하진 않지만 접영할 때도 옆 레인에 있는 사람의 머리통을 때리는 경우도 있겠다

어제 강습에서는 위에 나열한 것들 가운데 첫 번째와 두 번째 접촉사고의 가해자가 됐다
선두에서 수영하다가 꼬리에 있는 회원의 발을 두 번이나 쳤다
평영 발차기 드릴을 할 때 옆 마스터반의 누군가를 발로 찼다
바로 멈추지 못했는데 강사가 대신 그분에게 인사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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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강습 때 1번 영자였다
나와 같은 수영복을 입는 수영 잘하는 젊은 친구는 며칠째 오지 않고 있다


강사가 
IM 400미터를 시켰다
한 팔 접영 100미터, 배영 100미터, 평영 100미터, 자유형 100미터를 쉬지 않고 해야 했다
1번 영자라는 부담감에 
부지런히 팔을 돌렸다
한 팔 접영 100미터를 끝내고
턴을 한 다음, 배영을 시작하려는데 강사가 발목을 잡았다
놀라서 쳐다보니 “너무 빨리 가지 마세요, 안 그러면 마스터반으로 보내버릴 거예요”라고 했다
마스터반 가는 건 무서워서 수면에 누운 상태에서 고개만 들고 “네,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했다


IM 400미터 다음에 IM 200미터, IM 100미터 이런 순서로 강습이 진행됐다
의식적으로 천천히 가려고 하니까 좀 편하긴 했다


강습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차에 탔는데 애플워치가 알림을 보냈다
오늘 수영으로 가장 많은 칼로리를 소모했다고 새로운 배지를 얻었다고 했다
어쩐지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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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서울시가 운영하는 자전거 따릉이를 한 시간가량 탔다
벗꽃이 만개한 불광천길을 따라 느릿느릿 다니는 느낌이 좋았다
따릉이는 자전거 특성상 절대 빨리 다닐 수가 없다
상암 월드컵경기장까지 갔다가 심야 영화나 볼까 생각했다
따릉이는 한 시간 대여시간 제한이 있으니 반납했다가 영화를 보고 나와서 다시 대여하면 된다
너무 시간이 늦었는지 볼 수 있는 영화가 없었다
내가 다니는 수영장이 있는 마포구청에도 따릉이 대여소가 있는지 궁금했다
마포구청에 있는 대여소를 확인하고 다시 불광천길로 접어들었다
따릉이 반납시간이 다가오니 친절하게 문자가 도착했다
반납시간을 5분 남겨놓고 원래 대여했던 새절역에 돌아왔다

천천히 가는 건 좋은데 따릉이를 좀 오래 타니까 엉덩이도 아프고 허벅지도 아프다
안장 높이를 조절해도 불편한 느낌이 있었다

따릉이 반납 후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타이어 공기를 넣는 기계를 발견했다
지난 2년 동안 거의 타지 않은 자전거를 다시 꺼내볼까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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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meetwalter.com/

위 웹사이트는 <에일리언: 커버넌트>의 홍보를 위해 제작됐다
당연히 영어로 된 페이지일 줄 알았는데 한글이라 조금 놀랐다

<프로메테우스>에 등장한 AI는 데이빗이었는데 월터라는 새 제품이 출시됐다
외모는 똑같다
둘 다 마이클 패스밴더를 모델로 만들었다

신제품 월터는 AMD와 제휴를 맺은 것 같다
AMD 프로세스를 사용한다고 한다

<프로메테우스> 때도 데이빗을 소개하는 영상을 만들었다
데이빗 소개 영상에 비해 월터 소개 영상은 뭔가 더 소름끼치는 느낌이 있다
마이클 패스밴더 연기는 둘 다 소름끼친다


리들리 스콧 감독이 CF감독 출신이라서 그런지 이런 프로모션 사이트, 영상 등을 잘 만드는 듯하다
http://www.projectprometheus.com/
<프로메테우스> 프로모션 웹사이트도 아직 살아 있다

알고 보니 위 웹페이지는 <에이리언> 시리즈의 가상 회사인 웨이랜드유니타의 홈페이지 포함된 것이었다
https://www.weylandindustri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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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첫 수영 강습에 갔다
야심차게 새로 산 수영복을 입었다
처음 보는 회원이 색깔마저 똑같은 수영복을 입고 있었다
20대로 보이는 그분은 키가 180대 후반, 몸무게는 70대 초반처럼 보였고
나는 키가 170대 중반, 몸무게가 80대 후반
망했다

예전에도 한 번 이런 경험을 한 적이 있다
http://jueves.tistory.com/581

-
나랑 같은 수영복을 입은 회원은 강사랑 친해보였다
바로 1번에 서주셨다
나는 기꺼이 그에게 1번을 양보하고 4번에 자리잡았다
1번의 굴레를 벗으니 완전 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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