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세(上昇勢), 하락세(下落勢), 유명세(有名稅). 세 단어에서 ‘세’의 한자가 다르다. 한자가 다르다는 말은 뜻이 다르다는 말이다. 상승세와 하락세의 세는 기세(氣勢), 형세(形勢)의 세다. 상승세가 가파르다,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상승세를 탔다 등으로 쓸 수 있다. 유명세의 세는 세금(稅金)의 세다. 유명세는 유명해서 내는 세금을 뜻하는 단어다. 실제로 유명해졌다고 세금을 내지는 않는다. 세금은 비유적인 표현이다. 유명해지면서 겪는 여러 귀찮고 피곤하고 곤란한 일들을 상징한다. 유명세가 실제 세금은 아니지만 말이 만들어진 속성은 상속세, 증여세 등과 같다. 상속세가 상속을 받아서 내는 세금이고, 증여세가 증여를 받아서 내는 세금인 것처럼. 따라서 유명세가 따르다, 유명세를 치르다 등으로 쓸 수 있다. 각 단어의 세가 지닌 뜻을 명확하게 나타내기 위해 상승세를 상승기세로 유명세를 유명세금으로 쓴다면 유명세를 타다라는 표현이 왜 틀린 말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러거나 말거나 인터넷에도 신문에서도 방송에서도 유명세를 타다라고 쓰고 있다. 이쯤되면 기세와 형세를 뜻하는 세(勢)를 쓰는 유명세 역시 표준어로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게다가 어떤 사람이나 유명한 정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뜻하는 단어가 딱히 생각나지도 않고 없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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