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얼마나 수영을 열심히 하냐면
이번 달에 한번도 강습을 빼먹지 않은 것 같다

내가 얼마나 저녁 약속이 없냐면과 같은 말이지만
어쨌든 수영을 열심히 한 건 맞다
(그러고 보니 지지난주 금요일에는 친구와 약속이 있었지만 수영 끝나고 만났다)

어제 수영장에 가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
수영장에 조금 일찍 도착한 나는
사우나에서 5분여 땀을 빼고
샤워장에서 따뜻한 물을 맞으며
수영 빤스를 허벅지에 끼우며
오늘 유난히 사람들이 없다
혹시 그렇다면 중급반에 나 혼자 온 게 아닐까
왠지 그렇다면 부끄러울 것 같아

우려는 현실이 됐다
준비운동 호루라기 소리가 끝난 뒤
(볼품 없는 몸을 드러내야 하는 준비운동은 일부러 생략한다)
풀로 나갔는데
중급반 레인에 무섭게 생긴 강사만이 덩그러니 있다

나: 아무도 안 왔어요?
강사: 그러네요
나: (수영장에 처음 들어갈 때는 물이 차가우므로 또 민망하기도 해서) 아, 추워~
강사: (킥판을 건네주며) 추운데 한바퀴 돌고 오세요

그렇게 나는 1대1 강습을 받고 있었는데
20여분 지났을까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나 혼자 '저 사람은 카톨릭 사제일거야'라고 생각하고 있는 회원이 들어왔다
(내가 다니는 YWCA 수영장은 명동성당 바로 코앞에 있다)

만세! 그의 출현으로 뻘쭘함은 수그러들었다
그는 강사와 꽤 친한 척을 하는데
추측컨데 중급반에서만 3~4개월은 있지 않았을까 싶다
(미안하지만 그는 운동감각이 없어 보인다. 그리고 제발 수영복을 배바지처럼 입지 말란 말이야!)

그래서 나는 하루도 빠지지 않고 강습을 열심히 들었다
몸무게는 그대로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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