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두비는 솔직한 영화다
감독은 영화에서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숨기지 않고 말한다

사실 처음에는 조금 불편했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반감이 지나치게 자주 등장하는 것 같았고
그 방식이 꽤나 유치해보였다

예를 들어 편의점 장면에서
술에 취한 아저씨가 "이명박 믿었다가, 쪽박 찼다"
편의점 알바가 "88만원세대라고 무시하냐"는 식의 대사는 작의적이라고 생각했다

이런 장면은 곳곳에서 발견된다
민서 가방에 달린 촛불소녀 배지,
카림의 월급을 떼먹은 신만수 사장의 집에 걸린 나무로 만든 성경 현판,
신만수와 카림이 일하던 공장 사람이 보고 있던 조선일보,
민서가 혼자 밥 먹을 때 식탁에 놓여 있던 한겨레21 등

극의 줄기인 고등학생(청소년) 민서와 외국인노동자 카림과의 우정과 사랑에서
이명박 정권 혹은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수구언론, 기독교 등에 대한 불쾌감은 없어도 그만인 것이었다
청소년 문제와 외국인노동자에 대한 편견만으로도
영화는 충분히 많은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보니
장편 극영화는 그렇게 대놓고 말하면 안 된다라는 법은 없다
그리고 어쩌면 이런 접근이 더 현실과 가까운지도 모른다

-
백진희가 연기한 민서는 정말 당찬 '여성'이다
청소년이나 여고생이라고 부르는 게 왠지 어색하고 꺼려진다

쇠고기 장조림이 먹고 싶은 그녀는 늘 배가 고프다
말하자면 아직은 부모나 학교의 도움이 필요한 미성년이다
하지만 스포츠마사지 알바를 하는 그녀는 이미 어른이다
위조한 주민등록증이 그녀를 어른으로 만들어버렸다
또 자퇴를 하면서 더 이상 학교에 다닐 이유도 없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고등학생이라는 신분과 소속을 부여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민서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우울해진다

-
참고할 만한 글

<반두비>: 너무 늦게 등장한 우리 시대의 영화
http://blog.naver.com/caujun/60072438236



반두비
감독 신동일 (2009 / 한국)
출연 백진희, 마붑 알엄, 이일화, 박혁권
상세보기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갈매기 3  (0) 2009.10.03
구구는 고양이다  (0) 2009.10.03
바더 마인호프  (0) 2009.08.14
김씨표류기  (0) 2009.08.05
바더 마인호프  (2) 2009.07.3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