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다니는 수영장은 대략 초급, 중급, 상급, 고급, 마스터반으로 구성돼 있다
초급은 처음 수영 배우는 사람들
중급은 평영 배우는 사람들
상급은 접영 배우는 사람들
고급은 접영 가능한 사람들이라고 보면 된다
마스터반에는 모든 영법을 다 잘하는 사람들이 모여 있다

지난해 11월쯤 상급반으로 등록하고 곧 고급반으로 옮겼다
고급반에서는 좀 오래 있었던 것 같다
4~5달 정도 고급반 ‘1번’(그 반에서 가장 잘하는 사람)의 자리를 지켰다

6월말에 강사가 “다음달부터는 저랑 같이 마스터반 가시죠”라고 말했다
마스터반이라니!
사실 두 달 전쯤인가 강사가 슬쩍 “마스터반으로 옮기면 어떠냐”고 물어보긴 했다
그땐 “힘들어서 싫어요”라고 했지만 이번엔 어쩐지 거부할 수 없는 느낌이었다

우리 수영장의 경우, 고급반과 마스터반의 차이가 너무 크다
고급반에는 수영을 오래 했지만 더 이상 실력이 늘지 않는 회원들이 많다
이런 이유로 사실 많이 널널한 느낌이었다
마스터반은 다르다
수영을 오래한 실력자(!)들이 많다
마스터반은 고급반 운동량의 3배 정도 소화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마스터반 회원으로 지난 월요일에 첫 강습을 들었다
오리발 데이였는데 강사가 뒷쪽에 서서 눈치보던 나를 끌고 앞으로 갔다
다섯 번째에 서라고 했다
억울한 표정을 지었더니 “1번 했으니까 이정도는 할 수 있다”고 했다

자유형 발차기X3
배영 발차기X3
한팔접영, 평영X5

대충 이렇게 하고 나니 숨을 헐떡거리게 됐다
자유형 대쉬(자유형으로 미친듯이 빨리 가는 것)X5의 두 번째 바퀴에서 앞사람을 놓치고 말았다
대쉬에 동참하지 않은 걸로 보이는 다른 회원들에 길이 막혔는데 속으로 ‘앗싸’하고 뒤에 서버렸다

아마도 혼자만의 쓸데없는 생각이겠지만
지나고 보니 강사가 굳이 앞으로 보내줬는데
열심히 안 한 것 같아서 미안한(?) 느낌도 든다

뒤에 서니 앞에 있는 것과는 차원이 다르게 편했다
강습 끝나고 사우나(정식 명칭은 체온조절실)에서 만난 고급반 어머님 회원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마스터반 가서 출세했네. 강사가 앞으로 막 보내던데.”

이상 마스터반 출세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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