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TV를 새로 샀다
산 지 좀 됐다
한달 정도 지났으려나

10년 만에서 20인치 브라운관 TV에서 HD급 42인치 PDP TV로 바꿨다
처음 몇 시간은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지금은?
TV는 TV일 뿐

TV 구입기를 <씨네21> 타인의 취향으로 썼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TV 구입기가 어떤 취향은 아닌 것 같아서
다른 글을 다시 써서 내보냈다
생각이 나서 블로그에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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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를 장만했다. 신혼 살림으로 400만원짜리 50인치 풀HD 3D LED TV를 구입한 김성훈 기자처럼 금전적 여유가 없기에 HD‘급’ 42인치 PDP TV를 구입했다. 인터넷 가격비교 사이트와 각종 커뮤니티 게시판을 일주일 넘게 지켜봤다. 지금처럼 검색만 하다가는 늙어 죽어도 못 살 것 같았다. 그 일주일 동안 각종 TV 모델명과 스펙, 최저가를 외울 수 있을 만큼 지식을 습득했다. 가까운 전자제품 매장에 가서 실제품을 확인하며 지극히 작은 글씨의 모델명과 실구매가를 스캔하는 치밀함도 잊지 않았다. 이런 노력을 통해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뛰어난 TV를 구입했다고 믿는다. 믿고 싶다. 결국은 모 인터넷 가격정보 사이트에서 추천하는 제품으로 결제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사실은 TV를 사겠다고 마음 먹은지 2분이면 TV를 살 수 있었다는 말이다.
김성훈 기자의 TV에 비하면 초라한 스펙이긴 하지만 좁아터진 자취방에 설치된 TV는 거짓말 좀 보태면 아이맥스급이다. 지난 10년간 (짐심으로) 고마운 친구가 되어주었던 20인치 브라운관 TV에 적응됐던 눈은 갑자기 커진 화면을 거부했다. 침대에 드러누워 TV 전원을 켜니 눈이 욱씬거렸다. 물론 눈은 금방 적응했다. 오랜 친구를 금세 잊었다. 그래도 버리지는 않았다. 지금 추위에 떨며 베란다에서 벽을 보고 계신다.
새 친구 아니 어쩌면 아내와도 같은 새 TV로 가장 열심히 보는 건 스포츠 중계다. 대체로 새벽 4시45분에 시작하는 유럽 챔스언스리그 중계를 처음 HD‘급’으로 보던 그 감동은 거짓말을 좀 많이 보태면 바르셀로나 캄프 누 경기장에 들어설 때와 다르지 않았다. 게다가 그 경기에서 AC밀란은 아스널에게 4대0으로 대승했다. 2차전에서는 0대3으로 대패하면서 부끄러운 8강행을 했지만 어쨌든 그 경기를 보기 위해서는 꽤 공을 기울어야 했다. 경기가 열리기 하루 전날 오전 전화벨이 울렸다. LG전자에서 먼저 전화가 왔다. “오늘 TV배송하는데요. 언제 괜찮으세요?” 뒤이어 올레 스카이라이프에서 전화가 왔다. “오늘 스카이라이프 설치하는데요. 1시쯤 괜찮으세요?” 계획은 이랬다. 저녁 시간에 TV 배송과 스카이라이프 설치를 한번에 끝내고 그 다음날 새벽 챔피언스 리그 경기를 시청한다. 한마디로 이상적인 계획이었다. 두 설치기사와 통화를 한 결과 이게 생각처럼 간단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금방 알았다. 문제는 스카이라이프 쪽에서 발생했다. 저녁 시간에 와달라는 말을 듣고는 “그러면 내일 오겠다”는 거다. 내일이라니. 내일이면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볼 수 없지 않은가. 기껏 HD‘급’ TV를 설치해놓고 일반 화질로 보는 건 아무 의미 없는 게 아닌가. 3시쯤부터 마음이 급해졌다. LG전자 기사에서 전화를 해 배송 시간을 1시간만 당겨 달라고 했다. 괜찮다고 한다. 스카이라이프 기사에서도 전화했다. TV를 1시간 빨리 받기로 했으니 오늘 중에 설치해줄 수 없느냐고 읍소했더니 “알겠다”고 한다. 만세! 이렇게 해서 나는 1시간 빨리 퇴근했다. 사장님, 죄송해요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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