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라도 이겼으니 됐다. 2부 리그인 세리에 B에서 승격한 브레시아를 상대로 이정도로 못 할 줄이야. 다시 한번 말하지만 어쨌든 이겼으니 됐다. 수소의 크로스와 찰하노을루의 헤더 골, 이 한 장면을 빼고는 도무지 기억에 남는 순간이 없다.

경기에 집중을 못하고 후반전에 접어들고서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다. 이적생들은 선발 라인업에 왜 들지 않을까. 물론 베네세르가 선발로 출전하긴 했다. 그는 지난 경기에는 출장하지 않았다. 1라운드 우디네세 전에 선발출장한 피옹테크 대신 나온 실바는 이적생이라고 보기 힘들다. 사실은 하파엘 레앙이 보고 싶었다. 지난 주말에 잠깐 교체 출장하긴 했지만 풀타임을 소화하는 레앙의 플레이가 궁금했다. 레앙은 교체 명단에 있었지만 브레시아 전에 출전하지 않았다. 축구에 대한 전문 지식이 없기 때문에 완전히 무식한 이야기가 될지도 모르겠지만 여전히 이적한 선수들이 주축이 되지 않는 선발 라인업이 이상하다고 생각한다. 잠파올로 감독은 아마도 최적의 라인업을 짰을 것이다. 어쩌면 시즌 초반 여러 실험을 할 수도 있다. 상대는 강팀이 아니니까 더 그럴 가능성이 있다. 그럼에도 어쨌든 나는 이적생이 추축이 아닌 라인업이 불만이다. 이 생각의 근거는 어이없게도 내가 했던 플레이스테이션의 축구 게임에서의 경험이다. 피파2017, 2018 등을 플레이 하면서 선수를 사면 나는 늘 선발 출전시켰다. 후보로 쓸 선수를 산 적은 없었다. 나이는 상관없다. 어려도 선발 자원이 될 만한 선수를 영입했다. 이적시장이라는 건 결국 지금 스쿼드보다 더 나은 스쿼드를 만들기 위한 것 아닌가. 게임과 현실이 결코 같을 수는 없다. ‘축알못’은 그냥 답답하다. 밀란이 화끈한 경기를 펼쳤다면 게임에서 비롯한 경험에 근거한 (어처구니 없을 가능성이 높을)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 듯하다. 경기 막바지에 교체 출장한 파케타의 움직임이 경쾌해 보였던 기억이 난다. 왜 파케타는 선발 출장하지 않았지.

팬들이 라인업에 불만을 품는 이유는 뻔하다. 경기가 잘 안 풀리기 때문이다. 재미 없고 답답한 경기를 보는 팬의 입장에서는 자기만의 라인업을 짜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 또한 축구를 즐기는(?) 과정 아니겠는가. 개인적인 바람을 적어본다. 3라운드에서는 내가 보고 싶은 ‘젊은 피’들이 피치 위에 있었으면 한다. 다음 경기는 9월 15일 베로나 원정이다.

19/20, 2R, AC 밀란 대 브레시아

'축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3R] 헬라스 베로나 원정  (0) 2019.09.17
[1R] 우디네세 원정  (0) 2019.08.26
2018 러시아 월드컵  (0) 2018.07.16
밀란 데르비  (0) 2016.02.15
피를로와 카카  (0) 2015.07.28

쓸 데 없는 일을 해보려 한다. 이건 누가 봐도 명백하게 쓸 데 없는 일이다. 

지난 밤 AC 밀란 대 우디네세의 경기를 봤다. 2019/2020 시즌 개막전이었다. 중계를 어디서 해줬냐고? 안 해줬다. 유럽 축구를 중계하는 케이블 스포츠 채널 스포티비와 스포티비 2는 모두 손홍민이 뛰는 토트넘과 뉴캐슬 유나이티드의 경기를 방영했다. 경기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밀란 국내 팬페이지에 접속했다. 거기에는 밀란의 경기를 볼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이 친절하게 나와 있었다. 어딘가 불순한 느낌의 사이트에서 스트리밍으로 보는 방법을 먼저 선택했다. 아이폰으로는 그럭저럭 볼 만했지만 애플TV를 통해 TV에 미러링 했더니 영 화질이 좋지 않다. 이제 나이가 꽤 들어서 그런지 아니면 처음부터 그랬는지 몰라도 작은 아이폰 화면으로 축구를 보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후진 화면의 TV를 보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게다가 현지 오디오만 있고 해설 및 중계 음성이 없어 누가 공을 잡았는지, 방금 패스를 누가 했는지 알기가 쉽지 않았다. 밀란이 세리아에서 우승하던 10여 년 전 이후 경기를 몇 번 보지 않았기 때문에 선수 파악이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상태았다. 그러니 비록 한국어가 아니더라도 중계 및 해설 음성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러시아어든 영어든 이탈리아어든 볼을 잡는 선수의 이름은 호명해주지 않는가. 결국 팬 페이지가 소개한 두 번째 방법을 시도하게 됐다. 스포티비 나우라는 앱을 설치하고 충동적으로 자동 연장되는 월정액권을 결제하고 말았다. 애플뮤직에서 더 많은 음악을 듣겠다고 미국 앱스토어 계정을 쓰는 바람 한달치로 17달러가 넘는 돈이 청구됐다. 한국 계정에선 좀더 싸게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처럼 보인다. 아마도 1만 6300원 정도 되는 돈을 매달 결제하면 된다. 결제 자체는 편리했지만 밀란 경기를 보겠다고 이정도 돈을 쓰는 게 합리적인 소비인지는 의문이다. 필요에 따라 큰 돈을 쓰기도 하지만 묘하게 작은 돈에 집착하는 소인배 성격은 쉽게 고쳐지지 않는다. 머릿속 한쪽에 이런 좀스러운 생각을 묻어둔 채 축구를 보려고 했다. 그런데 소파에서 몸을 일으켜야 했다. 아이폰의 미러링이 적용되지 않는다. 실망하고 말았다. 영어로 말하는 캐스터의 음성은 낮지만 카랑카랑하게 들리는데 제대로 된 화면은 볼 수 없었다. 다른 앱에서는 잘 되는데 유독 스포티비 나우는 미러링이 볼가능했다. 아무래도 미러링 기능을 막아놓은 듯하다. 결국 방에 있는 맥북 에어에서 스포티비 나우를 사파리로 접속한 뒤 미러링으로 거실 TV에서 볼 수 있게 했다. 휴~. 이것마저 안 되면 어쩔 뻔 했나. 드디어 본격 축구 관람 모드로 들어갔다. 경기 시간은 전반 10여 분이 훌쩍 넘어가고 있었다.

새벽 3시가 되어 갈 때쯤 경기가 끝났다. 늘 그렇듯이 한쪽 팬들이 환호하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저 한숨을 내쉬었다. 1 대 0으로 우디네세가 승리했다. 1점밖에 나지 않았지만 게임 내용은 1 대 0이 아니었다. 우디네세는 더 많은 득점을 할 수 있었다. 유효슈팅 개수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디네세 6개, 밀란은 0개다. 자, 이쯤되면 쓸 데 없는 일이 뭘까 짐작할 수 있겠다. 그렇다. 나는 스포티비 나우를 결제하면서 이번 시즌의 밀란 전 경기를 볼 수 있게 됐다. 의지만 있다면 말이다. 그러니 전 경기의 리뷰는 아니고 일종의 후일담을 쓰면 어떨까 생각해보게 됐다. 이건 정말 미친 짓이다. 밀란은 예전의 밀란이 아닌지 오래 됐고, 주말 마다 축구를 챙겨보는 것도 이제 늙어서 쉽지 않다. 게다가 어제처럼 허무하게 진 경기에 대해서 이렇게 재미도 없는 글을 주저리 주저리 쓴다는 건 정말 쓸 데 없는 짓이다. 다음 경기는 9월 1일 브레시아와의 홈 개막전이다. 과연 이 경기를 보게 될지 두고 봐야겠다.

 

19/20, 1R, AC 밀란 대 우디네세

 

 

'축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3R] 헬라스 베로나 원정  (0) 2019.09.17
[2R] 브레시아 홈  (0) 2019.09.02
2018 러시아 월드컵  (0) 2018.07.16
밀란 데르비  (0) 2016.02.15
피를로와 카카  (0) 2015.07.28
눈이 빨갛게 되도록 축구를 봤다
새벽 1시 MBC ESPN으로 리버풀과 아스톤 빌라 경기
새벽 2시 반 KBSN SPORTS로 FC바르셀로나와 말라가 경기
새벽 4시 인터넷으로 밀란과 나폴리 경기를 보았다

결과는
리버풀 5대0 승
FC바르셀로나 6대0 승
밀란 0대0 무승부

밀란팬으로서 경기를 보는 동안 계속 해서 드는 생각은
밀란이 리버풀이나 FC바르셀로나와 경기를 했다면
5대0으로 지지 않았을까 였다

제발 다음 경기에서는 시원하게 이겨주길 바란다
왜냐면 내가 현장에서 지켜보고 있을 테니까!!!!!!!!!!

게다가 레체는 19위로 강등권이란 말이야
이제 무재배는 그만!!




'축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스날 대 맨유 2차전  (2) 2009.05.06
아스날 대 맨유  (0) 2009.04.30
챔피언스리그 16강 2차전  (2) 2009.03.12
밀란 UEFA컵 16강 진출 실패  (0) 2009.02.27
챔피언스리그 16강  (0) 2009.02.25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