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면의 품격>이라는 책을 읽었다. 이용재라는 음식평론가에 대해 우연히 알게 되어 그가 쓴 책이 궁금해졌다. 책 내용은 그의 블로그 글과 비슷했다. 서울 경기 지역의 유명 냉면집에 대한 평가를 간략하게 쓴 것들이다. 책 내용보다 영화감독 변영주의 추천글이 더 인상적이었다. 나는 늘 영화 비평가를 싫어하는 대중, 관객의 심리가 궁금했다. 이 궁금증에 대한 작은 실마리를 변영주 감독의 글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그의 글 가운데 일부를 블로그에 옮겨보았다.

 

 

사소한 질문을 공격적인 화살이라 생각하고, 나름의 속마음을 천편일률적인 비아냥거림이라고 분노하고. 이를테면 방어력만 만땅인 시대에 비평을, 그것도 누구나 즐길 수 있고, 누구나 향유하고 있는 대중적인 대상을 비평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의 의견에 대한 궁금함이 사라진 시대, 혹은 대중적인 것을 전문적인 문장으로 전환해내는 것을 권력이라고 오해하는 시대. 『한식의 품격』의 작가 이용재가 직면한 세상은 이렇게 자신의 의견이 순환되는 것이 아니라, 일방으로 전달되고 감정 섞인 실드로 응답받는 곳일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비평은 가장 대중적인 어떤 곳에서 필요로 하는 ‘문장’이라고 믿는다. 모두가 너무 쉽게 각자의 의견을 갖게 되는 시대에, 바로 지금 상상하고 사유해야 할 지점을, 상대방이 재수 없어 하고 귀찮아하더라도 설파해야 하는 의무를 갖는 직업. 그래서 나는 다양한 비평의 글들을 사랑한다. 내가 흠모한 어떤 생산물을 가차 없이 분석한 글을 볼 때 나는 궁금해진다. 우리의 차이는 어디에서 갈라진 것일까? 그 궁금함이 계속 글을 읽게 만들고, 또한 내가 어떤 생산물을 만드는 순간 더욱 숙고하게 만드는 기쁨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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