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유해물 딱지가 붙을 뻔 하면서 알게 된 만화 <어느 아카키스트의 고백>은 아버지를 대신한 아들의 고백이다
아버지의 자살로 시작하는 이 만화는 흥미로운 구성을 하고 있다

그 구성에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아버지는 요양원 5층에서 뛰어내린다
4층, 3층, 2층, 바닥…
각 층에서 '날고 있는' 아버지의 모습은 각 챕터를 나누는 기준이 된다
4층이 가장 먼 과거를 이야기하고 아래로 내려올 수록 가까운 현재를 이야기한다

가끔 죽음의 문턱에 이른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주마등처럼 본다는 얘기를 들곤 한다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이 만든 구성이 바로 그렇다
191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스페인의 현대사를 통과해온 그 긴 시간을 이 만화에서는 찰나의 순간처럼 묘사한다
독자들은 그 지난한 시간의 삶을 (사실은 찰나의 시간이 아니지만) 저자가 의도한 시간적 제약 혹은 가정 아래서 본다

가난한 시골의 폭력적인 가정에서 태어나 꿈을 키우려 도시로 나가고 좌절하고
아나키스트가 되어 프랑코 독재와 맞서 싸우고
2차 세계대전의 회오리에 휘말려 프랑스에서 고초를 겪고
정의롭지 못한 일에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 노력하다 더이상 견디지 못하고
스페인에 돌아와 현실에 타협하며 아나키스트로서의 삶을 포기하기까지

한 사람의 일생은 이처럼 쉽고 간단하게 정리될 수도 있다
그러니까 타인의 삶을 바라보는 건 찰나일지도 모른다
물론 누구의 삶이든 그가 어떤 삶을 살았든 찰나일리 없다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은 이런 구성을 통해
개인의 삶이 곧 역사이고, 그것이 역사의 진실에 가장 가깝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리얼리즘의 힘이란 이런 것이다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

저자
#{for:author::2}, 어느 아나키스트의 고백#{/for:author} 지음
출판사
길찾기 | 2013-07-10 출간
카테고리
만화
책소개
[스페인 최고의 만화가 왔다 2010년 스페인 만화 상을 휩쓴 ...
가격비교



'만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덴마  (0) 2015.05.26
수업시간 그녀  (0) 2013.08.20
신의 탑  (0) 2013.03.09
세인트 영멘  (0) 2012.12.27
신과 함께  (0) 2012.11.12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