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혁의 산문집을 읽었다
제목은 <뭐라도 되겠지>

사실은 김중혁의 소설도 읽어본 적 없는 상황에서
김중혁을 만날 일이 생겨서
급하게 이것이라도 읽어보면 이 사람과 말이 좀 통하지 않을까 싶어 보려했다

당장 내일 만나야 하는데 오후에 온라인서점에 주문해서 택배로 받으려면 1박2일은 걸릴 테니
광화문이나 오프라인 서점에 가려고 사이트에서 재고를 확인하다가
한동안 가지 않았던 동네 도서관이 생각났다
1년도 더 지났을 텐데 대출증은 어딘가 책상 서랍이 있을 테고
어쨌든 도서관에 가서 김중혁 이름 석자를 검색용 컴퓨터에 넣었더니
꽤 많은 책들이 검색됐다
그중 꽤 많은 책들은 관외대출 중이었고
그렇게 <뭐라도 되겠지>라는 책을 대출하게 됐다

책상 서랍 어딘가에 있을 대출증 대신 새로운 대출증을 만들고
책을 읽는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조금 읽다가 갈까 싶어 자리에 앉았다
꽤 오랜만에 도서관이라는 공간에 온 것에 대해 스스로 대견해했던 것 같다
그렇게 책장을 넘기면 본 책은 <뭐라도 되겠지>가 아니라 사실은 <GQ>였다
나름 경쟁 잡지를 보려고 직원에게 <무비위크> 없냐고 물었더니
잠깐만요 하고는 컴퓨터를 두드려 보더니

<씨네21>만 있다고 했다

차선으로 선택한 것이 <GQ>였다
오랜만에 도서관에 와서 대견한 마음이 들었던 것과는 달리
가볍게 읽을 거리를 찾은 건데
의외로 열심히 읽고 말았다
황당해 보이는 섹스 칼럼이 특히 기억에 남았다

평생 가질 수 있을지 모를 옷, 자동차 등을 구경하고
집으로 돌와서도 <뭐라도 되겠지>를 읽지 않았다
아마도 TV를 봤거나 아이패드를 붙잡고 있었을 것이다

다음날, 김중혁을 만났다
이탈리아 여행, 스파이 영화, 소설가의 결혼식, 맥, <한겨레> ESC, 김중혁의 일산 작업실 등등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어제 드디어 <뭐라도 되겠지>를 읽었다
전날 도착한 한 통의 문자메시지가 이 책의 대출기간이 오늘까지라고 알려줬기 때문에
의무감에 읽기 시작했다고 말하는 게 맞을 거다

30~40페이지 가량 읽고 덮어두고 또 TV를 보거나 아이패드를 붙잡고 놀았다
다시 책을 펼친 건 12시를 넘긴 새벽이었다
그리고는 한숨에 다 읽어버렸다
김중혁과 만나서 들었던 이야기들이 책 속에 녹아 있었다
애초에 이 책을 읽기로 했던 목적에 맞게 김중혁을 만나기 전에 읽었다면 더 좋았을 뻔 했다



뭐라도되겠지호기심과편애로만드는특별한세상
카테고리 시/에세이 > 나라별 에세이
지은이 김중혁 (마음산책, 201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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