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 폴리 감독의 <우리도 사랑일까>는 씁쓸한 뒷맛이 강렬한 영화다
'새로운 게 좋지만 그 새로운 건 언젠가 헌 것이 된다'는 당연한 이치를 말하는
샤워장의 발가벗은 여자들의 대화에서 이 영화 속의 사랑이 어떤 맛인지 짐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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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사랑일까>를 두번 보게 됐다
늘 그렇겠지만 영화는 누구와 봤느냐에 따라 그 인상이 달라지게 마련이다
처음에 봤을 때는 중년의 아저씨와 봤다
마고(미셀 윌리엄스), 루(세스 로건), 대니얼(루크 커비)이 얽힌 사랑의 방식에 대해 말하지는 않았다
우리들에게는 그들의 관계를 감독이 어떻게 묘사했는지가 중요한 문제다
그 방법 가운데 하나는 별 거 아니지만 영화에서 중요하게 쓰이는 노래 <Video Killed the Radio Star>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다
(캐나다에서 제작된 영화여서 그런지 몰라도 파이스트의 노래도 많이 등장한다)

두번째 봤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졌다
영화가 끝나고 "왜 이 영화를 보자고 했냐"는 질문에 말문이 막혔다
특별히 의미를 부여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이 영화를 선택한 것이 아닌데도
그 질문으로 인해 자연스레 그들의 사랑이 영화를 보는 우리의 관계 속에 놓이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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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같이 본다고 하지만 사실 엄밀히 말하면 각자 스크린을 응시하고 대사와 음악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행위다
영화를 보면서 서로 이야기를 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건 잠깐이다
영화가 끝나면 서로의 의견과 감상을 교환하는데 그것이 영화를 본다는 것에 대한 행위에서 꽤 중요하다는 점이 신기하다
저마다의 눈이 있기에 완벽하게 똑같은 방식으로 영화를 볼 수는 없고 필연적으로 차이가 발생한다
이 차이에서 새로운 의미가 생성되기도 하고 미쳐 보지 못했던 의미를 발견할 수도 있다
그래서 어쩌면 평론가들의 역할이 중요한지도 모르겠다
왜냐면 그들은 영화 속의 어떤 장면에 대해 말하고 쓰는 기술자들이기 때문이다
왜 좋은지 나쁜지, 어떻게 좋은지 나쁜지에 대해 뚜렷한 기준을 갖고 설명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영화가 끝난 이후에 생기는 영화의 의미에 색다른 동력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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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우리도 사랑일까>는 어떤 영화냐면
연인들이 보기에 별로다
특히 시작하는 연인, 특히 다른 이성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하는 연인들
아니다
<우리도 사랑일까>는 연인들이 보기에 좋은 영화다
이유가 뭐냐고?
잘 모르겠다, 나는 평론가가 아니니까, 게다가 이 글은 평론이 아니니까




우리도 사랑일까 (2012)

Take This Waltz 
8.3
감독
사라 폴리
출연
미셸 윌리엄스, 세스 로겐, 루크 커비, 사라 실버맨, 아론 에이브람스
정보
드라마 | 캐나다 | 116 분 | 2012-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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