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의 마지막날인 어제, 오후 3시까지 자다가
겨우 일어나 국립중앙박물관으로 향했다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는 안견의 <몽유도원도>가 목적이었다

전시관 입구의 수많은 인파를 보고 바로 포기해야 했다

'여기서부터 4시간'이라는 친절한 안내문을 무시한 게 잘못이었다
다른 유물이나 그림은 제대로 보지도 못한 채

수지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온 학부형들이 아이들의 용돈을 어떻게 줄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면서
<선덕여왕>의 역사 왜곡을 비판하며 햇대추를 나눠 먹는 할머니들(일행 아님)이 안휘준 교수의 이름을 들먹이는 걸 들으면서
(나중에 앞의 아주머니들은 할머니들과 꽈배기와 식혜를 나눠 먹었음)
(몹시 배가 고팠지만 달라고 하지는 못했음, 불쌍한 표정을 지었으면 얻어 먹을 수 있을 것 같았음)
할머니들에게 햇밤을 얻어 먹은 고려대학교 사범대에 다니는 두 여학생들이
각 지역의 임용고시 TO에 대한 토론하는 내용을 들으면서
네 시간을 넘게 기다린 끝에
그림을 볼 수 있었다

9시에 박물관을 나오면서
나는 스스로 미쳤다고 생각했다

-
혹시 이 전시를 볼 생각이 있다면 뉴욕 메트로폴리탄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수월관음도>를 꼭 보길 추천한다
<몽유도원도>보다 훨씬 수월하게 볼 수 있으면서도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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