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스맨 프로젝트>라는 영화를 봤다
자유시장경제를 거부하는 '예스맨'이
세상을 제대로 바꾸기 위해(Fix the world)
거짓말을 일삼는 내용의 영화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다우라는 글로벌 거대 기업의 대변인이라 위장하고
전세계 3억명이 시청하는 BBC 생방송 뉴스를 통해
다우가 인수한 유니온카바이드의 인도 보팔 공장에서
20년 전 발생한 끔찍한 산업재해를 복구하고
여전히 고통 받고 있는 피해주민들에게

120억달러의 보상을 하겠다고 발표한다

전세계가 낚였다
즉각 다우의 주식은 20억달러가 폭락했다
몇 시간 후 이들의 정체는 들통났다

왜 이들은 거짓말을 하게 되었을까
간단하다
그들이 생각하는 이런 세상이 왔으면 하는
바람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
경기도에서 서울로 이사 오는 선배가
서울시장 투표를 할 수 있게 되었다고 했다
노회찬 후보를 지지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선배는 이제 보수가 되기로 했다며
노무현이 죽은 다음부터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민주노동당 혹은 진보신당의 당비를 내던 선배는
한명숙을 지지하겠다고 했다

이유는 사표를 만들지 않겠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안 된다고 생각하니까 그런 거 아니냐고 했더니
어차피 노회찬의 당선 가능성은 (낮다고 하지도 않았다) 없다고 한다
그런 생각이 처음부터 안 된다는 생각 아니냐고 재차 물었더니
만약에 당선이 된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의 정치 시스템에서 기반이 없는 사람이
세상을 바꾸기는 힘들다는 논리였다

-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온갖 좋은 뉴스만 있는 <뉴욕타임즈>를 발행해서
뉴욕 시민들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것이었다
그 신문에 열광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이 영화가 던지는 메시지는 이렇다
꼭대기에 있는 거대 기업의 대표와 정치가들이
더 많은 이익을 포기하고 보편타당한 생각대로
행동한다면 세상은 쉽게 변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일은 실제로 일어나지 않으니
아래에 있는 우리가 나서자고 말한다

'예스맨'은 당신이 열광한 좋은 뉴스를 보고 싶다면
지금 바로 시민단체에 가입하라고 충고한다

-
민주노동당에 당비를 내는 다른 선배는
김대중, 노무현의 10년 동안
세상이 변한 걸 별로 못 느꼈는데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면

사람 하나 바뀌는 게 얼마나 많은 변화를 일으키는지
실감한다는 말을 다른 사람에게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 말의 숨은 뜻은 지금은 정권 교체가
최우선이니 역시 사표를 만들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다
김대중, 노무현도 뜻대로 하지 못했는데
노회찬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겠느냐는 의미도 포함된다

-
선배들의 말은 옳다고 동의할 수는 없지만
분명 틀리지 않았다
내 머리와 언어로는 사표 논리에 대응할 만한
그럴싸한 글과 생각을 만들어내지 못하겠다


단지 말할 수 있는 건
만약에 만약에의 반복뿐이다


만약
에 노회찬이 서울 시장에 당선된다면
변화의 가능성을 모색하지 않겠는가
물론 사표의 논리에 따라 그것은 실현 가능성이 극히 낮고
기득권의 극심한 저항이 부딪히겠지만

만약에 그런 와중에도 또 다시 그들에게 지지를 보내서
세력을 얻게 된다면 좀더 많은 변화의 가능성을 보이지 않겠는가

많이 공허한 말이지만
<예스맨 프로젝트>가 우리에게 전하는
너무나 단순하면서
동시에 너무나 힘든
세상 바꾸기의 방법 가운데 하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진보세력을 지지하는 게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
영화 <예스맨 프로젝트>에 대한 더 자세한 내용은
2010년 3월 22일자 802호 <한겨레21>이나
책 <예스맨 프로젝트>를 참고하면 된다



예스맨 프로젝트
감독 앤디 비치바움, 마이크 보나노 (2009 / 프랑스, 미국)
출연 앤디 비치바움, 마이크 보나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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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맨 프로젝트
카테고리 인문
지은이 앤디 비클바움 (빨간머리, 2010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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