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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리의 배트맨 패밀리




미국과 한국의 만화전문가들이 훌륭하다고 하는
<배트맨: 허쉬>를 보면서 이 작품이 절대
나쁜 작품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재미를 크게 못 느꼈다
그래서 이제 조금씩 보기 시작한 미국의 그래픽노블(특히 히어로코믹스)에
적응하지 못하는 매우 주관적인 이유를 열거해보았다

첫째, 글이 많다
대체로 그래픽노블은 큰 판형(코믹스에 비해)이고 대사가 많다
<배트맨: 허쉬>도 그런 경우인데, 특히 배트맨의 내레이션이 많다
설렁설렁 빨리 보는 맛이 없다

둘째, 가독성이 떨어진다
보통 외국어를 우리말로 번역하면 글의 양이 늘기 마련이다
한정된 말풍선 안에 글을 우겨 넣으려면 서체 크기는 작아질 수밖에 없다
가독성이 떨어지는 또 다른 이유는 서체의 사용에 있다
원작에는 만화용 서체가 따로 있다
<배트맨: 허쉬>에는 레터링을 담당한 사람이 있다
그림에 맞는 글씨를 사용했다는 말이다.
원작의 유려함에는 서체도 분명히 한몫 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글판 그래픽노블에서는 명조나 고딕 계열의
일반 서체를 사용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일부 손글씨에 가까운 서체를 사용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가독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편집의 어려움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림과 서체가 자연스럽게 융합하지 못한다

셋째, 익숙한 그림이 아니다
솔직히 이건 핑계라고 할 수밖에 없다
다양한 만화를 보지 않았다는 말이다
일본식 흑백 그림(펜 선과 톤)에 익숙한 사람들에게
화려한 컬러링이 들어간 그림이 익숙지 않다
여백이 없는 것도 답답한 느낌을 준다
또, 짐 리가 뛰어난 아티스트이긴 하지만
그 그림은 마블코믹스나 DC코믹스 풍이다
오랜 역사에 맞는 정형화된 스탠다드에 기반하고 있어,
잘 모르는 사람이 보면 다른 작가의 그림과 크게 차이점을 발견하지 못한다

넷째, 캐릭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
그전에 봤던 <왓치맨>도 그렇고 <배트맨: 허쉬> 역시 많은 캐틱터가 등장한다
꾸준히 이 시리즈를 보아온 사람들이라면 자연스럽겠지만,
새로 접하게 되는 사람들은 캐릭터의 성격을 쉽게 알아채기 힘들다
<배트맨> 시리즈의 경우에는 그나마 영화로 만들어진
작품이 많아 볼 만하지만 <왓치맨>은 모두 처음 보는 캐릭터였다

다섯째, 번역이 유려하지 못하다
그동안 우리나라에 그래픽노블의 수요자가 많지 않았고,
그래픽노블의 정서를 잘 반영할 수 있는 전문 번역가도 없다
<배트맨: 허쉬>의 번역은 대체로 훌륭하다는 평가가 있지만,
2권의 짐 리 서문은 번역이 어색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래서 뒷표지에 열거된 추천 서평에 위트 있는 대사라고
쓴 글에 쉽게 동의하기 힘들다
그 위트는 영어 문장일 때만 해당된다

여섯째, 구어체 대사가 많이 없다
그림이 낯선 것과 마찬가지로 핑계일 수 있지만,
우리나라와 일본 만화는 주로 주인공 인물의 대사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그래서 대사만 봐도 전체 내용 파악을 금방 할 수 있다
반면 그래픽노블의 경우에는 내레이션이 그 역할을 맡는 경우가 많다
집중해서 시간을 들여 꼼꼼히 책을 봐야 내용 파악을 할 수 있다


-
이렇게 그래픽노블을 즐기지 못하는 이유를 꼽아보니
결국 일본의 코믹스에 익숙한 탓이 제일 크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 그래픽노블이 국내에 많이 들어온다면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은 자연스레 해소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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