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에서 방영된 <고독한 미식가>를 봤다
이노카시라 고로라는 중년의 아저씨가 도쿄와 도쿄 근교의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다가
배가 고프면 미친 듯이 식당을 찾아헤매다 밥을 먹는데
그 식당들이 하나같이 다 맛있는 곳이다
절대 고급 식당은 아니고 그냥 동네식당이다
게다가 실제 있는 식당이고 그 식당에서 드라마 촬영을 했다

이 드라마의 영향으로
혼자서 점심을 해결하는 경우가 특별해졌다
드라마에 나온 중화요리점을 보고 난 다음날 을지로 오구반점에 갔었다
마감날이었던 지난 목요일에는 역시 을지로에 있는 동경우동에서 카레라이스를 먹었다
물론 두번 다 혼자였다

언젠가부터 고독한 미식가 고로 아저씨처럼
혼자 밥을 먹는 것에 익숙해졌다
대학 시절 가끔 혼자 밥을 먹어야 할 상황이 되면 난감했다
학교 밖 식당에는 절대 가지 못했고 학생식당에서 후다닥 먹어치웠다
괜히 다른 사람들의 시선도 의식했다

지금은?
<고독한 미식가>의 영향인지
어쩐지 혼자 밥을 먹는 게 진정한 미식가의 미덕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그때 그때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는 첫번째 조건은 혼자여야 한다는 점이다
내가 먹고 싶은 것을 먹더라도 편안 상대가 아닌 사람과 밥을 먹게 되면 음식에 오롯이 신경을 집중할 수 없다

그러나 사실 좋은 음식을 가장 맛있게 먹는 것은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밥을 먹는 거다
지난 토요일,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소바 사진을 보고 갑자기 그게 먹고 싶어서
자전거를 끌고 그 식당에 갔다
식당에는 아무도 없었는데
소바 하나를 시켜놓고 아이폰으로 게임을 조물락거리고 있었다
그때 노부부가 식당에 들어왔다
50년은 같이 살아온 사람인 것 같았다
둘은 칼국수를 주문했는데 칼국수는 8월에나 가능하다고 해서 결국 소바를 시켰다
그러자 할머니는 할아버지가 찬 거 먹으면 안 된다고 걱정했고
사실 소바가 먹고 싶었던 할아버지는 퉁명스럽게 괜찮다고 한다

혼자 그 많고 많은 소바를 먹어치우는 동안
진짜 고독한 미식가가 된 것 같았다
사실 미식가는 아니지만


-
<고독한 미식가>은 원작 만화가 있다
다니구치 지로가 그렸고 구스미 마사유키가 원작자(글,그림에서 글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다
드라마가 끝나면 원작자 구스미 마사유키가 그 식당에 가서 드라마 속의 음식을 먹어본다
그는 자신이 만든 캐릭터인 고로 아저씨와 달리 술을 좋아해서 부끄러워하면서도 대낮부터 맥주도 먹는다
그런데 이 아저씨 어쩐지 윤태호 작가를 좀 닮은 것 같다, 윤태호 작가가 대머리가 된다면 더 비슷하겠지, 아마도




고독한 미식가

저자
다니구치 지로 지음
출판사
이숲 | 2010-04-01 출간
카테고리
만화
책소개
솔로 미식가의 도쿄 맛집 산책아버지(원제, ‘아버지의 달력’)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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