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우연히, 우연히라고 말해야 하겠지
워낙에 가끔 가는 곳이니까
동네도서관에 갔다가 천명관의 소설 <고령화가족>을 대출 받아 왔다
태풍의 기운만 가득하고 한가한 사무실에 앉아 <고령화가족>을 읽고 있었다
재미나게 읽다가 이런 문장을 만났다
"그는 충무로의 알 만한 사람들 뒷얘기와 건강 얘기, 정치 얘기와 축구 얘기를 한참 늘어놓다 문득 생각난 듯 말했다."
나는 이 문장에서 배꼽 잡고 웃었다
이 문장 속의 그는 최선배라는 인물이고 영화배급사의 중년 아저씨다
이 최선배라는 캐릭터와 우리 사무실의 누군가가 너무 비슷했기 때문이다
마침 내 자리를 지나가던 그(회사 선배)에게 그 문장을 보여주며 말했다
"선배랑, 진짜 똑같은 것 같아요."
"사람 사는 게 다 비슷하지, 뭐."
그는 별거 아닌 것처럼 그냥 덤덤했다
괜히 머쓱해지는 기분이었지만
이 문장을 계속 꼽씹어 읽을 수록 나는 계속 웃음이 났다
특히 '정치 얘기'와 '축구 얘기'라는 단어가 머릿속에서 맴돌았고
그(회사 선배)와 술을 마실 때 했던 얘기들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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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가족>을 시작으로 오랜만에 독서를 하고
그 책을 반납하러 도서관에 갔다가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 1, 2권을 대출해왔다